올 1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해 0.7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달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7년 2개월 연속 감소(전년 동기 대비)하고 있는 출생아 수를 다시 늘릴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 3월 21일자 1·3면 참조
22일 통계청의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한 2만 3179명으로 나타났다. 1981년 통계 집계 이후 1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적다. ‘결혼과 아이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출생아 수가 2015년 12월부터 86개월 연속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출산율 반등의 묘안을 찾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우선 임신·육아기 여성의 유연근무제를 확대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안도 긍정적으로 살피고 있다. 이달 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안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1월 결혼은 1만 7926건으로 1년 전보다 21.5% 늘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든 영향이다.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로 1월 사망자 수는 9.6% 늘어난 3만 2703명에 달했다. 사망자가 출생아 수를 웃돌아 1월 인구 자연감소분은 9524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육아 부담에 출산 포기 늘어…"저임금 외국인 도우미 도입해야"
日·홍콩·싱가폴은 제도 활성화
최저임금보다 저렴하게 고용
육아기 여성 재택근무 보장 등
출산기피 막을 환경 조성해야
통상 1월에는 한 해 중 가장 많은 아기가 태어난다. 그래서 1월 출생아 수는 한 해 인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중요하다. 2011년 이후 1·2월 생을 소위 ‘빠른 나이’로 인정하지 않아 출생아 수가 연초에 몰리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유치원·초등학교 등에서 자녀가 또래보다 작은 것을 원하지 않는 부모들의 가족계획 때문이다.
하지만 1월 출생아 수는 또다시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지난해 0.7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또 하락해 급기야 올해 0.7명이 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기본이 돼버린 만큼 충격 요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해외에서 시행하는 정책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의 저출산 극복 정책은 크게 유럽식 복지 모델과 미국식 시장 모델로 나뉜다. 유럽식 모델은 보육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남성의 가사 참여를 강제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출산율을 높인다. 대표적으로 남성의 육아휴직을 강제하는 스웨덴이 있다. 스웨덴은 480일의 육아휴직 중 부부 한 쪽이 반드시 90일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해 남성의 가사 분담률을 높였다. 아울러 3세 미만 아동의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데 비용을 많이 썼다. 이를 통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았을 뿐 아니라 1995년 1.7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을 2010년 2.0명까지 끌어올렸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는 “기업에서 아이를 낳은 여성이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출산율을 다시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보육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초등학교 입학 직후’다. 퇴근 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과 달리 초등학교는 오후부터 퇴근까지 시간이 빈다. 부모 입장에서는 학원 등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데 금전적 부담이 크다. 정부가 육아기에 재택근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서는 것 역시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을 위해서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지원책으로 볼 수 있다.
미국식 시장 모델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있다. 핵심은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임금의 차등화다. 우리나라는 현재 재중 동포를 제외한 외국인이 가사도우미 일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데 이를 해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올 상반기 중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홍콩·일본 등은 저렴한 비용에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지만 이주 노동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으로 발의 하루 만에 법안을 철회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아이를 낳는 부모에게 돈을 지원하는 등의 해법을 마구잡이로 내놓고 있지만 출산 기피를 막을 환경 조성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