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만 3000개의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이 지난해 5만 6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스타트업은 벤처기업법상 벤처기업이거나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이다.글로벌 경영환경 악화로 국내 기업들의 총고용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특히 국내 전체 기업의 청년 고용은 소폭 줄었지만 벤처·스타트업은 오히려 3.6% 늘리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벤처투자금 축소 등의 영향으로 벤처·스타트업의 총고용 규모가 오히려 줄어들어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고금리, 고물가 등에 따른 경기둔화 국면에서도 벤처·스타트업의 고용 규모는 전체기업 대비 높은 실적을 기록했고 청년과 여성의 사회진출에도 기여했다”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지만 성장자금을 공급받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용증가율 8.1%…전체 기업 2.4%의 3배
2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벤처·스타트업 3만 3000개 사는 전년 대비 8.1%(5만6000명) 늘어난 74만 6000명을 고용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기업의 총고용이 2.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 15개 사는 지난해 약 9000명을 고용해 1년 만에 22.9%나 직원이 늘었다.
특히 업종과 분야를 막론하고 외부투자 유치에 성공한 벤처·스타트업이 고용을 많이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에 따르면 벤처투자 10억 원당 고용인원은 3.2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유치 금액이 클수록 고용 증가 규모도 늘어나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투자를 받은 2000개 사의 고용 규모는 8만 653명으로 1년 전(6만 2152명) 대비 29.8%(1만 8501명)나 증가했다. 전체 기업의 고용증가율과 비교하면 약 12배 수준에 이른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하반기에 벤처·스타트업의 고용 규모가 다소 움츠러들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벤처·스타트업의 고용 인원은 76만1082명에 달했지만, 하반기 들어 1만5282명이 줄었다. 작년 하반기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벤처투자액이 지난해 3분기 1조2843억 원, 4분기 1조32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8.6%, 43.9% 급감했다.
◇청년·여성 인재들이 모이는 벤처·스타트업
벤처·스타트업은 일반 기업보다 청년·여성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고용했다. 지난해 말 벤처·스타트업의 청년 고용 인원은 19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3.6%(6800명) 늘었다. 청년 인구 감소, 사회 진출 연령대 상승, 신규 채용 축소 등의 여파로 전체 기업의 청년 고용이 전년 대비 1.2% 줄어든 것과 상반된 결과다. 그만큼 청년들이 벤처·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개발인력 비중이 높다 보니 벤처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엔지니어 위주로 채용 수요가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여성 고용 인원은 24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무려 10%(2만2000명)나 늘었다. 전체 기업의 여성 고용 증가율(2.9%)보다 3배 가량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전체 직원 중 39.8%를 여성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들이 고용한 여성 직원은 지난 2021년 대비 31.5% 늘어난 3만2090명으로 조사됐다.
◇잘 만든 K팝·드라마가 고용창출 첨병
고용증가율을 업종별로 분석하면 빠르게 성장 중인 콘텐츠와 디지털 관련 업종이 높았다. K콘텐츠의 세계적 유행으로 주목받는 분야인 영상·공연·음반 업종의 고용증가율이 전년 대비 15.4%(1764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고용 수요가 증가한 게임(14.9%·1820명),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12.3%·1만9177명), 유통·서비스(10.0%·8924명) 순이었다. 제조업 분야의 고용증가율은 약 5% 수준(전기·기계·장비 5.8%, 화학·소재 5.0%, ICT 제조 4.3%)으로 전체 벤처·스타트업(8.1%) 평균보다 낮았다.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실장은 "영상 및 음향 콘텐츠의 경우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져 온 ICT 분야와 다르게 지난해 'K-콘텐츠' 붐이 일면서 수출이 증가했다"며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고용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