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곰돌이 푸’ 영화 상영 취소…시진핑과 닮아서?

지난달 12일 미국 뉴욕의 음력설 축하 퍼레이드에서 곰돌이 푸 의상을 입은 참가자가 중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영국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의 상영이 돌연 취소됐다.


22일 로이터 통신 등은 해당 영화가 오는 23일 홍콩과 마카오에서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기술상의 이유로 상영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이 영화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캐릭터 곰돌이 푸를 연쇄살인마로 설정한 공포영화다. 지난해 1월 원작의 저작권이 만료돼 상업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되면서 영화가 제작됐다.


배급사 VII필러엔터테인먼트는 당혹감을 표하면서 자신들 역시 취소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배급사 측 대변인은 “우리는 당연히 매우 실망한 상태이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며 “영화관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 갑자기 상영을 취소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감독 리스 프레이크-워터필드 또한 “뭔가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며 “영화관들이 하루 사이에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4000개가 넘는 영화관에서 상영됐다”며 “홍콩에서만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영화 상영이 취소되자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식한 검열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간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이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이유로 관련 콘텐츠를 제한해왔다. 이는 2013년 시 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두고 ‘곰돌이 푸’와 푸의 호랑이 친구 ‘티거’를 닮았다며 일부 누리꾼들이 풍자를 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 일각에선 중국 체제에 반대하는 의미로 푸 캐릭터를 사용하기도 했다.


또 2021년 홍콩에서는 ‘국가 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지지하거나 미화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미 상영 허가를 받은 영화더라도 허가를 취소하고 상영을 금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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