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서 잡힌 '테라·루나' 권도형…국내 송환 '첩첩산중'

법무부·검찰, 권 대표 범죄인 인도청구
불복소송시 송환 절차 장기화 불가피
미국 등 제3국도 송환 요구…상황 복잡
몬테네그로, 권 대표 강제추방 가능성도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테라홈페이지 갈무리


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의 핵심 당사자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해외 도피 11개월만인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검찰이 권 대표의 송환을 위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당국도 권 대표를 기소한 만큼 국내 송환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들의 사례를 고려해 볼 때 권 대표가 현지에서 소송으로 시간을 끈다면 신병확보 절차가 더 복잡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 대표를 빠른 시일 내에 국내로 데려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권 대표가 자진귀국 의사를 밝히는 것이 가장 빠른 방식이지만 11개월이나 도피생활을 이어온 만큼 가능성은 낮다. 이에 수사당국은 해외로 도피한 내국인 범죄자를 국내로 데려오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범죄인 인도 청구를 선택했다. 검찰이 이를 요청하면 법무부가 검토 후 관계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법무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과 함께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은 인터폴과 공조해 지난해 9월 적색 수배하고 10월 외교부에 요청해 여권을 무효로 했다.


올해 1월에는 당시 권 대표가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세르비아에 긴급인도 구속을 청구했다. 이는 인도 청구를 전제로 체포·구금을 요청하는 제도다. 검찰은 몬테네그로에도 같은 청구를 해 권 대표가 도주 또는 석방되지 못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범죄인 인도 청구는 국가 간 복잡한 협의절차가 필요한 만큼 권 대표가 이에 불복 소송을 하며 시간을 끌 경우 국내 송환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장녀 유섬나씨 사례다. 세월호 참사 수사와 관련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유씨는 2014년 5월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프랑스 파기법원은 유씨의 송환을 결정했지만, 유씨가 이에 불복소송을 제기하면서 국내 송환은 3년여의 시간이 지난 2017년 6월에야 이뤄졌다.


'BBK 사건'의 당사자인 김경준 씨는 2004년 5월 미국 자택에서 체포된 후 미국 법원의 범죄인 인도 재판과 국무부의 승인을 거쳐 2007년 11월 국내로 송환되기까지 3년6개월이 걸렸다.


1997년 4월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서 존 패터슨은 2011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체포됐으나 미국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 4년4개월 뒤인 2015년 9월에야 한국에 송환됐다.


권 대표는 다른 국가 사법당국의 수사 대상에 올라 앞선 사례보다 상황이 더 복잡하다.


미국 뉴욕 검찰은 권 대표를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도 지난달 같은달 테라USD 폭락 사태 수사에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하는 등 권 대표는 미국 당국의 동시다발적인 수사·조사 선상에 올랐다.


싱가포르 경찰은 8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사기 혐의로 피소된 권 대표에 대해 지난달 수사에 착수했다.


각 국가에서 권 대표에 대한 송환을 강력하게 주장할 경우 송환국가를 놓고 몬테네그로 측이 장고에 들어갈 수 있다.


몬테네그로 법원이나 법집행부서에서 권 대표의 신병을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인계하기로 결정한다면 한국 법정에 그를 세우기는 훨씬 더 어려워진다. 다만 미국 등이 신병을 확보하게 된다면 현지에서 재판이 마무리돼 형을 살고 있는 피고인을 데려와 수사와 재판을 받게 하는 '임시인도' 제도가 대안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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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당국이 권 대표를 단순 추방할 것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가간 범죄인 인도의 기본 전제는 인도를 요청한 국가에서 적용한 범죄 혐의가 요청받은 국가에서도 범죄로 인정될 때다.


몬테네그로 법체계가 권 대표가 받는 가상화폐 사기 행각을 불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가짜 여권을 사용한 혐의만을 적용해 추방할 가능성도 있다.


범죄인 인도 청구 후 17년 만인 이달 2일 미국에서 체포된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핵심 인물 스티븐 리(54·한국명 이정환·미국 국적) 전 론스타코리아 지사장이 비슷한 사례다.


그는 2017년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지만 현지 형사법상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현지 재판부 판단으로 석방됐고, 다시 체포되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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