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지분 35%에 대한 공개 매수에 성공하며 결국 대형 K팝 기업의 경영권을 품었다. 카카오의 SM엔터 공개 매수에 하이브(352820)와 컴투스(078340) 등이 24일 보유 지분 전량을 내놓으면서 ‘오버부킹(매수 계획 지분보다 많은 청약)’이 생길 정도였다. 카카오는 공개 매수와 이전에 확보한 지분(4.91%)까지 약 40%를 1조 4000억 원에 사들이며 SM엔터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카카오는 대형 기획사 인수로 엔터 산업 인수합병(M&A)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에도 날개를 달게 됐다.
24일 마감된 카카오의 SM엔터 공개 매수는 하이브가 보유 지분(15.78%) 전량을 청약하며 오버부킹된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의 우군으로 꼽히는 투자은행(IB) 업계의 강자인 한국투자증권이 공개 매수 주관사를 맡아 적극적인 지분 인수에 나서 당초 매수하려던 35%를 크게 넘는 물량의 청약이 쏟아졌다.
기존 최대주주인 하이브가 이날 보유 지분 전량을 팔기로 하며 공개 매수에 응했고 컴투스(4.2%)도 청약에 전량 참여했다. KB자산운용(3.83%)도 보유 지분 중 절반 넘게 청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매수에 참여한 주주들의 지분율이 35%를 넘으면서 안분 비례 방식으로 주주별 매각 수량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가 12일 카카오와의 합의로 경영권 전쟁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SM엔터 주가가 최근 11만 원대에 머물러 카카오의 공개 매수는 어느 정도 성공이 예견됐다. SM엔터는 이날 10만 7200원에 마감했는데 향후 공개 매수가인 15만 원을 언제 다시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2년 전부터 SM엔터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CJ(001040)·하이브 등과 경쟁해왔는데 하이브와 ‘쩐의 전쟁’을 불사하는 벼랑 끝 이전투구 끝에 SM엔터를 손에 넣었다. 업계는 카카오의 주요 자회사인 카카오엔터가 SM엔터 인수로 초대형 엔터사로 도약하며 뉴욕 증시 상장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카카오엔터는 이미 영화·드라마 제작사, 연예 기획사, 음악 레이블사 등 61개의 종속회사(지난해 말 기준)를 거느리며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매출이 1조 3751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SM엔터 매출은 8483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엔터사로 꼽히는 CJ ENM(035760)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4조 7922억 원, 최대 기획사인 하이브는 1조 7780억 원 수준이다.
카카오는 원조 K팝 기획사까지 인수하며 향후 엔터 사업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아이유(이담엔터)와 아이브(스타쉽엔터), 에이핑크(IST엔터) 등 톱스타급 가수를 보유한 레이블사를 이룬 데다 영화사집·바람픽쳐스·사나이픽쳐스 같은 영화·드라마 제작사들도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엔터의 영화·드라마 제작사가 올해 시장에 내놓을 총 작품 수는 30여 편에 달한다.
카카오의 본체인 플랫폼 사업 역시 한류 스타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 그간 약점으로 꼽혔던 해외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카카오는 SM엔터의 기존 경영진과 협력해 회사를 멀티프로듀싱 체제로 개편한 뒤 매년 다양한 아티스트를 배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올 초 해외 투자가들로부터 1조 15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진척된 카카오엔터의 상장도 가속화하게 됐다. SM엔터 인수로 몸집을 키웠을 뿐 아니라 원조 K팝 기업을 품은 상징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가 하이브와의 지분 경쟁으로 당초 계획보다 많은 자금을 투입한 것은 향후 적지 않은 재무적 부담을 부를 것으로 분석된다. IB 업계는 카카오가 계획보다 4000억~5000억 원가량을 더 SM엔터 인수에 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이번 인수에 예상보다 많은 지출을 해 카카오엔터 상장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충분한 자금을 회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