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 3년만의 중국 방문에서 천민얼 텐진시 서기와 회동했다. 이 회장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도 참석해 당국 고위급 관계자와도 만난다. 이 회장의 이번 출장은 중국과 미국 간 첨예한 기술 패권 다툼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뤄진 행보라 주목을 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23일 베이징으로 출장을 떠났던 이 회장은 지난 24일 텐진시 모처에서 천 서기와 면담했다. 이번 회동에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와 텐진시 정부 인사들도 배석했다.
삼성은 텐진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카메라모듈 생산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장이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 텐진에서 스마트 기기·전기차 등에 쓰이는 2차 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와 천 서기가 중국 공급망 강화와 공장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25일부터 열리는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경제 회복 : 기회와 협력'을 주제로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도 참석한다.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팀 쿡 애플 CEO,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세계적인 기업 고위 인사 100여명과 중국 중앙부처 지도급 인사, 국유 기업과 금융기관 책임자, 국내외 저명 학자들이 참석한다. 미국의 반도체법 세부 조항 발표,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 등으로 미·중간 기술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기술 기업 최고위 경영자들이 중국으로 모이는 자리라 주목을 끈다. 중국 출장 동선을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현지 사업 현장을 점검한 이 회장은 25일 베이징 행사 현장에 나타났다. 그는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북경 날씨 좋죠”라고 답하며 말을 아꼈다.
한편 2000년 창설된 중국발전고위급포럼은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하고 중국발전연구기금이 주관하는 대외 경제 교류 플랫폼이다. 이 포럼이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것은 3년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