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 부채·부동산 PF 연쇄 부실 없도록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빚을 탕감받기 위해 법원에 구제를 요청하는 개인회생 신청이 올해 2월 9736건으로 전년보다 6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개인파산 신청도 3448건으로 13.9% 늘었다. 물론 이들 가운데는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용거래 중단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고금리와 소득 감소로 빚 갚기를 버거워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빚에 허덕이면서 파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2월 법인 파산 신청은 100건으로 전년보다 75.4%나 급증했다.


개인회생과 법인 파산 신청 증가는 우리의 고질병인 가계와 기업의 부채 문제가 고금리와 겹치면서 폭발 직전까지 왔다는 신호이다. 전체 가구 100곳 가운데 5곳은 재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 상환이 어려운 고위험 가구이며 제2금융권 대출 가운데 고위험 가구의 비중이 20%를 넘는다. 또 차주 7명 중 1명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70%를 초과한다. 미국의 고금리 지속으로 우리도 금리를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까지 더 꺾이면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과 가계가 늘어나 금융권까지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자금 흐름이 끊겨 경기가 더 나빠지는 부실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는 이런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규모는 총 115조 5000억 원으로 업권별로 5년 전보다 2~4배 폭증했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자금 경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경제 앞에 놓인 가시밭길은 더 험난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이어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위기설이 재점화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이상 징후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미 금리 격차 확대, 무역수지 적자 지속, 청년층 고용 감소 등 대내외 악재가 수두룩하다. 부채 문제가 더 악화돼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선제적으로 리스크 요인을 꼼꼼히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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