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생아 중 첫째아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 태어난 아이 중 첫째아는 15만 6000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62.7%를 차지했다. 이는 출산 순위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한 명만 낳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녀를 적게 낳는 배경으로는 늦어지는 출산 시기와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이 꼽힌다. 지난해 처음 출산한 여성의 평균 연령은 32.6세로 1993년(26.2세)에 비해 6.4세나 높아졌다. 지난해 4분기 조사에 따르면 미혼 자녀가 2명 이상인 다자녀 가구의 소득 대비 소비 지출 비중은 월평균 60.4%로 1자녀 가구의 51.5%를 크게 웃돌았다. 국가 차원에서 자녀 양육에 투입되는 과도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 16년 동안 2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을 높이지 못한 것은 일시적 현금 지원 등 땜질 정책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정부가 5년마다 진행해온 장래인구추계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할 만큼 인구 절벽은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대로 가면 합계출산율 0.7%대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추락하는 출산율을 반등시키려면 저출산 대책을 새로 짜야 한다. 정책 전반을 재설계해 보육 시설 확대, 양질의 일자리 마련, 주거비·사교육비 경감 방안 등을 마련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질 좋은 공공 보육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려 맞벌이 부부 등의 ‘경력 단절’ 걱정을 해소해줘야 한다. 외국 고급 인력의 한국 이주를 늘리기 위해 그들의 정착 지원을 위한 별도 기구를 만들고 입국 및 영주권 부여 절차도 체계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근본 처방을 담은 국가 인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조만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부처별 생색내기식 정책이 아니라 범부처가 참여하는 저출산 종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