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이후 가장 중요한 기술발전이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인공지능(AI)의 아이폰 시대가 시작됐다. 생성형 AI가 모든 산업을 재창조할 것이다.“-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 주도권 경쟁에 글로벌 빅테크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IT 업계의 이른바 ‘구루’들은 생성형AI의 파급력을 GUI 적용으로 PC 시대의 대중화를 이끈 ‘윈도’나 모바일 혁명을 이끈 ‘아이폰’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 보고 있다.
이 같은 생성형 AI 시장 판도는 어느 순간 ‘혁신’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어보였던 MS가 주도하고 있다. 반면 한때 IT시장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기업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다. 일각에서는 MS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iOS 등으로 독자적 IT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을 제치고 조만간 1위 기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27일 IT 업계에 따르면 MS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손잡고 사나흘에 한번꼴로 신규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말 그대로 ‘AI 속도전’이다. MS가 지금까지 오픈AI에 투자한 금액은 120억 달러 수준으로 사실상 MS가 오픈AI의 경영권을 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MS는 최근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 기술을 탑재한데 이어 생성형 AI가 탑재된 사무용 소프트웨어 ‘코파일럿’ 을 선보이는 등 시장의 경탄을 자아내고 있다.
MS의 진격에 가장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업체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구글이다. 구글은 21일(현지시각) AI 챗봇 ‘바드’를 내놓으며 생성형AI 주도권 다툼에 나섰지만 오픈AI가 내놓은 GPT-4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단어 맞추기 퍼즐 게임에서 GPT-4는 96%의 성공률을 나타낸 반면 바드의 성공률은 0%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이 혁신 경쟁에 뒤쳐지며 ‘두뇌유출’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이외에도 MS는 아마존이 수년째 1위자리를 지키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매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순위바뀜을 노리고 있으며, ‘깃허브’와 ‘링크드인’과 같은 특화 플랫폼 서비스 인수로 소셜분야 전통의 강자 ‘메타(옛 페이스북)’의 자리를 위협 중이다.
이 같은 기세라면 MS가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MS는 1980년대 PC 시장에서 애플을 몰아내며 IT업계 ‘왕좌’를 차지했지만, 2000년대 후반 아이폰 출시 이후 모바일 중심으로 IT 업계 생태계가 바뀌자 주도권을 애플과 구글에 내준 바 있다. 최근 몇년새 시총 1위를 놓고 애플과 MS간의 순위바뀜이 몇차례 있었지만 현재 1위는 애플이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10년 같은 열흘이 지나갔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시장의 기술 고도화 및 신규서비스 등장 주기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실제 오픈AI는 생성형 AI인 ‘챗 GPT’를 공개한 후 넉달여만인 이달 14일 GPT-4를 선보였으며 이틀 뒤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성형 AI가 결합된 사무용 소프트웨어(SW) ‘코파일럿’을 공개했다. AI 분야의 최강자로 불렸던 구글은 이달 21일 AI 챗봇 서비스 ‘바드’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으며, 같은날 MS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오픈AI 서비스’에 GPT-4 모델을 추가했다.
이 같은 생성형 AI 시장의 주도권 다툼양상은 일견 ‘군웅할거’처럼 보이지만 MS와 오픈AI 진영이 사실상 선도하고 있다. MS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오픈AI 지분 확보를 위해 약 120억달러 가량을 투자해 오픈AI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실상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이고 있다.
MS는 글로벌 2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클라우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관련 각종 서비스를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해 시장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18년 75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개발자간 오픈소스 공유 플랫폼 ‘깃허브’를 바탕으로 코딩 등 전문가용 생성형 AI 서비스 제공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생성형 AI 및 관련 부가서비스 시장 확대 양상에 따라 IT 업계를 쥐고 흔들었던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시대가 저물고 MS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 주도하는 ‘M&A(마이크로소프트&애플)’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IT 업계에 따르면 MS는 생성형 AI를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적용하며 검색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정보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최근 한달여 동안 빙 이용자수는 15.8% 가량 증가했다. MS가 2022년 회계기준 검색 및 뉴스광고로 거둔 매출은 115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5.8% 수준이지만, 빙과 생성형 AI간의 시너지가 본격화 될 경우 검색 광고 매출이 늘 수밖에 없다.
전체 매출 중 검색광고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구글은 비상이다. 구글은 최근 챗봇형AI ‘바드’를 선보이며 MS를 견제하고 있지만 시밀러웹에 따르면 구글 검색 이용자 수는 최근 한달간 1% 가량 줄었다. 구글은 2022년 4분기 기준 광고 매출이 59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77% 수준에 달하며, 이 때문에 지난달 구글 ‘바드’가 시연 당시 틀린 답변을 내놓자 하루만에 주가가 7% 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구글이 MS 대비 높은 AI 기술력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색광고 시장 수익 감소를 이유로 생성형AI 검색서비스 출시에 주저했던 것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MS측이 공개한 챗GPT 등의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활용해 신규 서비스모델을 내놓고 있는 만큼 MS의 경쟁 우위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IT 업계에서는 AI 시장에서 이 같은 MS의 급부상 원인에 대해 10년 가까이 MS를 이끌고 있는 사티아 나델라의 치밀한 전략을 첫 손에 꼽는다. 나델라가 빌게이츠와 스티브 발머에 이어 2014년 2월 MS의 3번째 CEO를 맡게 될 당시만 해도 MS는 사내경쟁 격화에 따른 ‘사일로 효과(조직이기주의)’와 모바일 시장에서의 잇따른 패착으로 ‘둔중한 공룡’ 취급을 받고 있었다.
나델라는 취임 후 MS에 소통·개방 중심의 문화를 주입하는 한편 당시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하며 사업 모델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모델 구축 시 윈도 운영체제를 고집하지 않고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적극 활용하며 개발자를 적극 끌어들였다.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MS의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3%로 5년전 대비 2배 가량 높아졌으며, MS의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2016년 회계기준 249억 5000만 달러에서 2022년 752억5000만 달러로 6년새 3배 이상 늘었다. 전체 영업이익의 75% 가량을 클라우드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아마존 입장에서는 MS의 급부상에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력은 AI 서비스 강화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세계 곳곳에 설치된 클라우드 서버를 바탕으로 AI와 MS오피스 등 기존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 시 추가 매출확대가 기대된다.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놓고 MS와 애플간의 자리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북 등의 하드웨어에 자체 SW를 결합하며 모바일과 노트북시장에서 ‘애플 생태계’를 완성했다. 현재 모바일 OS 시장에서 애플의 iOS 점유율은 30% 내외에 달하며 ‘M시리즈(맥북용)’와 ‘바이오닉시리즈(아이폰용)’ 등 저전력 고성능 반도체 시장에서는 압도적 세계 1위 경쟁력을 자랑 중이다.
애플의 약점은 AI다. 시장조사기관 썬더마크 조사 결과(2022년 기준)에 따르면 AI 연구분야에서 애플의 점수는 7.0포인트로 글로벌 14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구글(200.2포인트)은 물론 MS(79.3포인트)와의 격차가 크다. 실제 ‘시리’ 등 애플의 AI 서비스는 최근 빅테크 AI 주도권 경쟁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애플은 AWS 등 주요 빅테크의 서버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중이라 자체 서버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중인 MS 대비 신규 사업모델 출시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IT 업계 관계자는 “최근 MS와 관련해서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종종 같이 언급되는 반면 애플은 공급망관리(SCM) 전문가인 팀쿡 체제 후 서비스 안정화 및 수익 극대화에 매진하는 모습”이라며 “AI 서비스의 성장세에 따라 MS와 애플간의 시총 자리바꿈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이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눈독 들이고 있는 분야는 ‘메타버스’다. MS는 메타버스 구축의 핵심인 지적재산권(IP)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에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를 자사 클라우드 서버 및 AI 기술과 접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일각에서는 MS가 나델라 CEO 취임 후 ‘개인고객(B2C)’ 시장 보다는 ‘기업고객(B2B)’ 시장에 집중해온 만큼 산업용 메타버스 시장을 우선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한다.
24일(현지시각) IT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반독점 규제기관 경쟁시장청(CMA)은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사실상 허가하기로 했다. MS는 지난해 초 687억 달러를 들여 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각국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블리자드는 지금까지 3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한 ‘콜오브 듀티’를 비롯해 디아블로·워크래프트·스타크래프트·오버워치 등의 게임을 개발했다. 블리자드 인수 완료시 MS의 IP 경쟁력이 껑충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MS는 2001년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를 출시했지만 소니나 닌텐도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임분야에서 MS의 성과는 2014년 2월 나델라 CEO 취임 후 인수·합병을 통해 본격화 됐다. MS는 2014년 9월 25억달러를 들여 전세계적으로 약 2억4000만장이 팔린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을 인수했으며, 2020년 9월에는 75억달러를 들여 온라인 게임 ‘폴아웃’으로 유명한 제니맥스 미디어를 인수하기도 했다.
MS는 글로벌 2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자사 클라우드와 게임서비스를 결합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17년 내놓은 월정액 방식의 스트리밍 게임서비스 ‘게임박스’가 3000만명 가량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MS가 향후 ‘게임업계의 넷플릭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 같은 구독자 모델 방식으로 MS의 게임 부문 매출은 2020년 회계분기 115억7500만 달러에서 2022년 회계분기 162억3000만 달러로 2년새 1.5배 늘었다. 게임 이용자의 사용자경험(UX)이 메타버스와 유사한 만큼 향후 이용자 확보에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메타버스 시장이 아직 초기인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의 최강자인 메타(옛 페이스북)가 해당 분야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MS가 수익성이 확실한 산업분야에 우선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MS는 올 초 메타버스 프로젝트 ‘알트스페이스VR’과 ‘혼합현실 툴 킷’을 종료한 반면 지난달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발표하며 산업부문 기능 확대에 초점을 맞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