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 건물 진입로 막고 통행료 요구…대법 "권리남용"

땅 주인 바뀌면서 울타리 치고 통행 금지
사용료는 지급하되 통행금지 허용 안 돼

대법원. 연합뉴스

장기간 이웃 건물의 통행로로 쓰인 땅의 통행을 금지하는 행위는 통행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충남의 한 토지주 A씨가 인접한 땅의 건물주 B씨 등 8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B씨 등의 통행을 금지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매입한 땅의 일부가 B씨 건물로 향하는 도로로 사용되는 걸 문제 삼아 높이 울타리를 치고 B씨 등에게 통행료를 요구했다. B씨 측은 A씨 이전의 토지주 허가를 받고 20년 넘게 도로를 사용해왔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울타리를 제거하라고 소송을 냈고, 이에 A씨는 울타리를 철거하는 대신 통행료를 달라고 반소(맞소송)를 냈다.


1심은 A씨가 이미 울타리를 제거한 점을 고려해 울타리를 없애라는 B씨의 청구를 각하하고 통행료를 달라는 A씨의 청구도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항소심에서 통행료에 더해 B씨 등이 해당 도로를 통행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청구 취지를 추가했다. 2심은 이를 받아들여 B씨 등의 통행을 금지하고 부당이득금 총 276만원을 A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부당이득금 지급 부분은 유지하되 통행금지 부분만 파기했다. 대법원은 "A씨는 옛 토지주가 땅 일부를 통행로로 무상 사용하도록 허락했고 불특정 다수인의 통행까지 허락하는 등 소유권이 제약된 상태를 알고도 땅을 취득했다"며 "B씨 등에 대해서만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실질적인 이익도 없이 단지 상대방의 통행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고통과 손해만을 가하는 것으로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B씨 등이 땅을 통행로로 사용한 만큼 그 이익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그 이득액을 통상적인 임대료의 50%에 해당하는 액수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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