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예산 670조…선심정책 자제하고 성장동력 재점화 주력하라

정부가 28일 국무회의에서 올해보다 5%가량 늘어난 670조 원 안팎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했다. 정부는 내년에 민간 중심 경제 활력 제고와 사회적 약자 보호, 경제 체질과 구조 혁신, 국가 기본 기능 강화를 4대 투자 중점 분야로 설정하고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화폐와 불투명한 노조 보조금 등 무분별한 현금 지원 사업을 줄이고 재량 지출의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이번 지침은 윤석열 정부가 공식적으로 마련한 첫 예산 가이드라인으로 재정 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도 이날 모두발언에서 “인기영합적 현금 살포 등 부당한 누수 요인을 철저히 틀어막고 복지 전달 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현금 지원 정책을 최소화하고 여야 정치권은 포퓰리즘 입법을 자제해야 한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대로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 연간 1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초래한 ‘문재인 케어’를 혈세로 메워주는 방안이 법제화될 경우 연간 5조 원 정도의 예산 지출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올해 불확실한 세입 여건을 고려하면 정부가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도 부족할 판이다. 2027년까지 세수가 연평균 12조 9000억 원씩 감소할 것이라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 경제가 2030년까지 연 2.2%의 성장률에 머물러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수 있다고 27일 경고했다. 그러면서 노동 생산성 제고와 재정 건전성 회복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도 꺼져가는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려면 선거 표심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 혁신을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와 고급 인재 양성에 재정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연구개발(R&D)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고 기업에 대한 세제·예산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와 함께 불굴의 의지로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 개혁을 서둘러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