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카오 먹통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네이버·카카오를 포함한 부가통신사업자의 데이터센터(IDC) 재난 관리 의무를 강화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과잉 규제로 작용해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IDC 확충이 절실한 상황에서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토종 기업의 힘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카카오 먹통 방지 3법’으로 불리는 개정 방송통신발전기본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의 후속 조치인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판교 SK C&C IDC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들이 대규모 장애를 일으킨 것과 관련해 과기정통부가 재발 방지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뿐 아니라 일부 IDC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도 화재 예방 같은 IDC 시설 관리나 사고 후 서비스 안정성 조치 등의 의무를 지게 됐다.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일평균 서비스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거나 국내 트래픽 비중이 2% 이상인 사업자가 대상이다. 지난해 초 집계로는 네이버(4030만 명·2.1%), 카카오(4059만 명·1.2%) 등이 이 기준을 충족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7~8개, IDC사업자는 10개 내외 업체가 의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자들은 서비스 다중화, 서버의 물리적 분산, 장애 관제 시스템 강화, 간격 확보 등을 통한 IDC 배터리실의 화재 예방 설계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 개정 당시부터 반발했던 ICT 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IDC 투자 비용을 늘려 기업들의 AI 경쟁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IDC사업자는 배터리랙(묶음) 간 간격을 현재 업계 통상 0.9m에서 1m 이상으로 넓혀야 하는데 이로 인해 IDC 수요가 특히 많은 수도권에서 부지 확보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IDC 보호 의무를 지고 있는데 규제가 늘어 빅테크와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최소 규제 원칙’에 입각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배터리실 설계와 부지 확보 부담 문제에 대해서는 차열방화문·내화케이블 등 대체 선택지를 제공해 업계에 숨통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강중협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장도 “그동안 IDC 안전 점검 등이 미비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국내 IDC 산업이 본격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