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가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제재를 뚫고 2022년 매출 반등에 성공했다.
31일 광둥성 선전 본사에서 열린 화웨이 2022년 실적 발표회에서 화웨이는 2022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9% 상승한 6423억 위안(약 121조 825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2021년에 매출액이 28.6% 하락했으나 반등에 성공했다.
순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에 비해 68.7% 급감한 356억 위안을 기록했다.
쉬즈진 순환 회장은 “2023년은 화웨이의 생존과 발전의 관건인 해”라며 “심각한 외부 환경과 비시장적 요인은 회사 경영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폭풍우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빗속을 달렸다”며 “우리는 변함없이 진취적으로 조직과 대오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고 역량을 계속 제고하고 경영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회사의 미래 생존과 발전에 튼튼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반도체 제제에 따른 스마트폰 영업난 속에서도 기술 투자를 꾸준히 늘리며 2022년 전체 매출의 25.1%에 해당하는 1615억 위안(약 30조6200억 원)을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했다. 화웨이의 최근 10년간 R&D 투자금액은 9773억 위안에 달했다.
미국 정부의 규제로 반도체 부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도 화웨이는 기술 투자를 늘리며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미국은 2019년 5월 행정명령을 통해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수출통제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들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등 화웨이의 공급망을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제재를 내린 것이다. 화웨이는 핵심 반도체 부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스마트폰, 통신장비 등 핵심 사업에서 글로벌 점유율이 크게 낮아졌다.
2021년 30% 가까운 매출 감소에도 화웨이는 R&D 비용을 오히려 늘리며 자체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기술 자립화에 성공하고 있다. 런정페이 창업자는 지난달 24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지난 3년 동안 미국 제재로 타격을 입은 제품의 1만3000개 부품을 중국산으로 교체하고, 회로기판 4000여개를 재설계했다”고 말했다.
이날 멍 CFO는 “눈이 내린 뒤에 매화꽃이 가지를 짓누르고 있지만 봄이 다가와 벌써 햇살이 비추고 있다”며 “압박도 있지만, 자신감은 더 크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 CFO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직접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2018년 12월 캐나다에서 억류됐다가 2021년 9월 24일 풀려나 이튿날 선전으로 돌아온 멍 CFO는 지난해 3월 실적 발표회를 통해 첫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멍 CFO는 4월 1일자로 화웨이 순환 회장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