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원생 '칩 제작' 40% 뚝…반도체 미래가 헛돈다

[미국發 2차 테크전쟁]
◆본지 '석박사 제작 현황' 입수
'반도체 프로젝트' 3년째 내리막
실전경험 태부족 인재양성 비상

램리서치코리아 화성 공장에서 엔지니어가 방진복을 입고 반도체 장비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램리서치코리아






우리나라 반도체 전공 대학원생들의 칩 제작 실전 경험이 매년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상에서 이론 교육을 받은 뒤 반도체를 설계해도 이를 막상 웨이퍼 위에서 실물로 구현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가 반도체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반도체 교육은 후진하고 있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에서 입수한 ‘석·박사 대학원 반도체 제작 지원 프로그램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제작 지원을 받은 학생 수와 반도체 프로젝트(종류) 수가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IDEC는 1995년 산업통상자원부와 민간기업 등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기관이다.


실제 지원 수혜 학생 수는 2019년 1006명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710명으로 29.4% 줄었고 제작된 칩 종류도 같은 기간 283종(種)에서 170종으로 40% 넘게 급감했다. 1종당 제작되는 실물 반도체 칩의 개수는 100여 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IDEC에서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대학원생들이 수업이나 프로젝트 등을 통해 반도체를 설계한 뒤 IDEC가 국내외 반도체 팹(공장)을 연결해주면 여기서 시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한 장의 웨이퍼에서 여러 가지 제품을 찍어내기 때문에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라고 부른다. 통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에 발주해 칩을 제작하려면 최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들기 때문에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하지 않고서는 학생들이 실전 경험을 쌓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원 건수가 줄어든 것은 역설적으로 반도체 호황 탓이다. 파운드리 업황이 2019년 이후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민간기업의 발주를 받아내기에도 물량이 부족해 학생 제작 지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유재희 홍익대 교수는 “학생들의 칩 설계 능력을 배양할 지원 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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