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IGS보다 나쁜 재정 전망, 포퓰리즘 멈추고 저성장 극복해야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재정 위기를 겪었던 남유럽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정부 산하 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 지속 가능성 복합 지표 연구’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중(10년)·장(50년)기 재정 건전성 전망치가 저·중·고위험의 3단계 중 ‘중위험’으로 분류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3년마다 역내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평가할 때 활용하는 지표를 한국에 적용한 결과다. 특히 한국의 재정 위험도 장기 지표는 2.2로 스페인과 같고 이탈리아(2.1), 포르투갈(0.0), 그리스(-2.5)보다 높았다.


이런 경고가 나왔는데도 우리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거대 야당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초래한 ‘문재인 케어’를 유지하기 위해 재정 투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두 정책을 위해 매년 투입해야 할 예산이 각각 1조 원, 5조 원가량에 이른다. 여야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 공항 이전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예산 지원 등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2%가량으로 주저앉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0년 이내에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나온다. 이처럼 저성장이 장기화하는데도 현금 퍼주기 선심 정책을 쏟아내면 재정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그리스의 경우 1981년 사회당 집권 이후 무상 복지 정책을 확대하면서 1983년 33.6%에 그쳤던 국가 부채 비율이 10년 만에 100%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리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체질 개선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포퓰리즘은 멈추고 취약 계층 선별 지원과 사회 안전망 강화에 나서야 한다. 또 국회에 계류된 재정 준칙 법제화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려면 나랏빚 기준을 중앙·지방정부의 부채를 합친 국가 채무(D1)가 아니라 공공 기관과 공기업 부채에 연금 충당 부채까지 더한 광의의 국가 부채(D4)로 삼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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