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평가가 어려운 비상장주식 등 실물 자산을 받고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는 상장사가 늘어나자 금융 당국이 상세 내용을 공시하도록 못 박았다. 당국은 또 5월 1일부터 상장사가 발행하는 전환우선주와 상환전환우선주에도 CB와 동일한 콜옵션·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규제를 적용해 최대주주의 편법적 지분 확대를 막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이 대용 납입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시하도록 7일부터 개정된 서식을 도입한다고 3일 밝혔다. 과대 평가된 대용 납입 자산이 부실화하면서 상장사에 평가 손실이 발생하고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대용 납입 방식으로 CB·BW를 발행한 규모는 2019년 2594억 원에서 지난해 1조 1765억 원으로 급증했다. 대용 납입은 CB·BW 등의 발행 대금을 현금이 아닌 실물 자산으로 납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간 대용 납입 사실은 주요 사항 보고서의 ‘기타 투자 판단에 참고할 사항’에 단순 기재했다. 앞으로는 대용 납입 여부와 함께 납입 자산 상세 내용 등도 별도로 써야 한다. 비상장주식, 유·무형자산 등 납입 자산에 대한 평가 방법도 함께 기재해 투자자들이 자산 가치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납입 자산이 비상장사 주식이면 해당 회사 정보도 추가 기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1일부터 전환우선주와 상환전환우선주도 콜옵션·리픽싱 규제 아래 두는 내용의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정례 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콜옵션 행사 한도는 전환우선주 발행 당시의 지분율 이내로 제한된다.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할 수 있는 CB에도 주가 상승 시 상향 조정이 의무화된다.
미리 정한 가격에 증권을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해 CB를 저렴하게 취득한 뒤 주가 급등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의 수법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는 그동안 최대주주가 지분을 편법으로 늘리거나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할 때 자주 쓰던 방식이다. 금융위는 “사채·주식이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억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