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3월 17일 긴축 사이클에 닻을 올린 후 지난달까지 누적으로 기준금리를 4.7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3.00%포인트를 올렸다. 기준금리 출발점이 각각 0.25%와 0.50%로 한국이 조금 더 높았지만 지금은 1.50%포인트의 격차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다.
금리를 올린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함이다. 고금리는 경기 침체를 부를 수도 있지만 이를 불사할 만큼 물가 안정은 중요한 문제다. 중산층 이하 국민의 의식주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는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3월 초 시작된 미국과 유럽의 은행 위기는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투자자들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위기 이전보다 개선된 위험 선호 심리와 떨어진 시장금리는 지속성이 의심된다. 은행이라는 심장이 경제에 돈이라는 피를 골고루 순환시켜야 하는데 이제는 확실하고 안전한 대출처만이 피를 공급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발 위기로 성장률은 타격을 입게 됐고, 경기 침체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당분간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은행은 대출을 늘리지 못할 것이다. 경제 생태계에 자금을 원활히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 은행이 처한 입장이나 기업과 소비자는 힘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특히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신용 경색 우려가 꾸준히 거론되는 실정이다.
미 정부와 연준은 자본 확충이 어려워진 은행과 대형 은행으로 예금을 옮기는 투자자, 중소은행의 위기 탈출 등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여전히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이고 미국은 서비스 물가도 문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5.5% 상승해 금리 하단보다 0.75%포인트나 높다.
신흥시장은 이제 선진국 경제와 궤를 달리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의 경기 회복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은행들의 위기처럼 연준의 긴축과 이에 따른 거시경제적 파장은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연준이 안팎의 금융 시스템 안정에 대한 요구로 인플레이션 잡기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물가는 더 높게, 더 오래 지속될 위험도 있다.
투자자들은 그래서 내년까지는 경기 침체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자산 관리를 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향후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수익률보다는 낮은 변동성을 가진 자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 물가의 방향성이 올해 중반까지 불확실한 만큼 우량 채권도 평가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도 파산 과정에서 우량 채권을 의도하지 않게 매도한 바 있다. 경제의 연착륙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장기 자금은 소득이 발생하는 배당 성장주, 단기채권, 만기형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유망하다. 경기 침체기 주식이 좋은 투자처임은 과거 사례에서 입증됐지만 적어도 3분기까지는 위험을 적극 분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