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 배신했다”…기시다에 뒤통수 맞은 바이든, 무슨 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며 지원을 약속했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작 러시아에 큰 이득을 안겨줬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이 올해 러시아산 석유를 가격 상한을 넘긴 가격에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항해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행렬에 동참했지만 에너지 수입을 놓고 국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일본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아시아 동맹국 중 하나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WSJ는 일본이 미국의 주도하에 진행 중인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서 발을 빼 동맹에 균열을 줬다고 평가했다.


일본 공식 무역 통계를 보면 일본은 올해 1∼2월 러시아 석유 약 74만8000배럴을 총 690억엔(약 5200만달러· 약68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럴당 약 69.5달러에 구매한 것이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호주가 시행하는 러시아산 원유 및 정제 유류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인 배럴당 60달러를 상당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일본은 이 부분에 대해 작년에 미리 미국의 양해를 받았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 극동 에너지 개발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일본이 구매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서는 오는 9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가격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크게 낮춘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은 지난 한 해 동안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오히려 늘렸다.


일본의 작년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은 전년보다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거의 10분의 1을 차지한다. 이는 대부분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일본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사할린-2 천연가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받고자 한다"며 "사할린-2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계속 생산하려면 함께 추출되는 소량의 원유도 함께 구매해야 하고, 가격은 러시아와 일본의 협상으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사할린-2 프로젝트에는 일본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미쓰이물산과 미쓰비시상사는 사할린-2 프로젝트의 지분 총 22.5%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와 분쟁 중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러시아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구매해 왔다.


이런 상황은 일본의 전폭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을 가로막는다고 WSJ은 분석했다.


일본은 G7에서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고 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G7 지도자 중 가장 늦게 지난달에야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러일 관계를 연구한 제임스 브라운 탬플대 일본 캠퍼스 교수는 "일본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축소를)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일본이 진정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면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이로 인해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에 참여하는 서방의 단결 역시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SJ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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