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준다, 뛰어"…훈련병 수백명 계단서 뒤엉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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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서 훈련병들이 유격훈련 중 무리한 명령을 받고 생활관으로 뛰어가던 중 계단에서 수백명이 뒤엉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일 공군교육사령부와 공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저녁 공군 845기 3대대 훈련병 약 1400명은 소연병장에 모여 다음 날 예정된 유격훈련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당시 교육을 주관하던 소대장은 조교의 유격 자세 시범을 보던 훈련병들이 키득거리자 화가 나 군기가 흐트러졌다면서 중대별로 ‘10초 안에 생활관으로 헤쳐라’고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병장에서 생활관까지는 100m 정도 되는 거리로 혼자 달려도 제 시간에 복귀하기는 힘든 거리였는데, 길 중간에는 좁은 계단도 있어 다수의 훈련병이 한꺼번에 지나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다.


대대의 4개 중대 중 3중대 380여명이 먼저 이 명령에 따랐고, 실패한 훈련병들은 얼차려를 받았다.


이를 지켜본 1·2·4 중대 훈련병들은 얼차려를 면하고자 무리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수백명이 뒤엉키면서 넘어지고 밟히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훈련병 7명이 타박상과 어깨 탈골, 치아 마모 등의 부상를 입어 진료받았다.


공군 기본군사훈련단 안전방침상 계단에서 뛰는 것은 금지돼 있음에도, 당시 소대장은 ‘10초 세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훈련병들은 토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훈련병들이 접수한 블루벨(부당한 일을 당했거나 시설 이용에 문제가 있을 때 중대장에게 알리는 창구) 신고 건수는 15건으로 확인됐다. 교육사령부에 따르면 블루벨 신고 건수는 한 기수당 평균 12건이 접수되지만, 이번 사건을 겪은 845기에서는 거의 세배 수준인 35건이 접수됐다.


이 사고는 지난달 공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공군은 이 소대장을 훈육업무에서 제외했다.


공군은 "845기 훈육 과정에서 훈육관의 안전 부주의로 일부 훈련병들이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고 자체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군대의 특성 상 위험한 훈련이 일상이니만큼 결과만 가지고 과도한 비판을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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