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우리 경제의 성적표가 참담한 수준이다. 올 들어 3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225억 40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적자(447억 9000만 달러)의 절반을 넘었다. 반도체 수출이 연속 감소한 데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對中) 무역 적자는 78억 8000만 달러로 30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1~2월 국세 수입도 54조 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5조 7300억 원이나 줄었다. 전략산업의 주요 기업 실적도 ‘어닝쇼크’를 보였다.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72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9% 급감했고 SK하이닉스의 영업 손실 컨센서스는 3조 7807억 원에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은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단행해 2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을 장중 8% 급등한 배럴당 81달러로 끌어올렸다. 에너지 가격 안정을 기대해온 우리로서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무역수지 악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분간 우리 수출이 급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데도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경기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되뇌며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일 열린 범부처 수출 상황 점검 회의에서도 이달 중에야 분야별 경쟁력 강화 및 수출 확대 방안을 내놓겠다는 등 뒷북 대응에 머물렀다. 지난달 말 내놓은 내수 대책은 관광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근본 대책을 외면한 채 휴가비 지원 등의 찔끔 현금 뿌리기에 머물러 실효성마저 의문시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총체적 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나려면 글로벌 경기 침체 탓만 하지 말고 경쟁국을 압도하는 초격차 기술 확보로 수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전·방산·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으로 수출 품목을 늘리고 인도·아세안·중동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과 함께 산업 구조의 효율성 제고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첨단 전략기업 10 곳 중 7 곳이 투자금의 60%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고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 등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 경제 살리기를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