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결국 러시아 사업 축소…글로벌 맞춤 성장에 집중

전쟁 장기화에 불확실성 여전
올 1월 현지 마케팅부서 폐지
해외사업 동남아로 선택·집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우리은행이 러시아 진출 15년여 만에 현지 사업을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쟁으로 사업 확대가 어려워지자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4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1월 러시아 우리은행의 마케팅 부서를 폐쇄했다. 러시아 우리은행은 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주재원·교민 등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 우량 기업을 발굴해 유치하는 등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전쟁의 여파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앞으로는 신규 영업에 신중을 기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중 납입 예정이었던 자본금 증자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아 우리은행의 자본금은 14억 5000만 루블(약 243억 원)이다.


우리은행은 2008년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러시아 금융시장에 진출했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각각 지점 1곳과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 1곳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마케팅 부서를 신설하고 2019년 투자은행(IB) 전문 인력을 채용하며 영업 범위를 지속해서 확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에 제동이 걸렸다. 우리은행이 공시한 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우리은행의 러시아 익스포저 규모는 1336억 원이다.


러시아 우리은행은 매년 수익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은행의 동남아시아 법인들에 비하면 저조하다. 러시아 우리은행은 지난해 1분기 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이후 2분기 약 112억 원, 3분기 약 49억 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4분기 다시 약 36억 원의 손실을 내며 연간 총 12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우리은행 동남아시아 3대 법인들의 법인별 당기순이익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우리은행은 현지 법인 철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글로벌 사업을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선택·집중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3대 법인은 최근 5년간 순이익 기준 연평균 30%씩 성장하고 있다. 특히 1년여 전 상업은행으로 전환한 캄보디아 법인이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핵심 거점 지역에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전략 점포를 확대했고 지난해 2월 출시한 ‘우리페이’를 기반으로 비대면 영업을 강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글로벌 전체 손익에서 동남아 3대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또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화되면 캄보디아·베트남 등에 대한 추가 증자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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