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글로벌 사우스


“우리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미래에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80년간 지속된 낡은 글로벌 거버넌스 모델이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올 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25개국을 초청해 화상으로 개최한 ‘보이스 오브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에서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거주하는 글로벌 사우스가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북반구의 저위도나 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아프리카·남미·오세아니아의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총칭한다. 미국·유럽·일본·호주·한국 등 선진국을 일컫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글로벌 사우스라는 말은 1969년 미국의 정치활동가 칼 오글즈비가 베트남전쟁에 관해 쓴 글 중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노스의) 지배가…견딜 수 없는 사회 질서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한 대목에서 처음 등장했다. 오늘날에는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멕시코 등 120여 개국이 글로벌 사우스로 분류되며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제외한 개도국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적 외교 노선을 추구하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를 자처하는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국이면서도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친러 노선을 고수한다. 미국의 전통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준회원 자격을 얻는가 하면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을 주도하는 등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다극화하는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올 1월 워싱턴에서 “글로벌 사우스가 등을 돌린다면 정책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확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면서 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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