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도한 임금 인상은 인플레 자극과 기업 부담 가중만 초래할 뿐

노동계가 4일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1만 2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 9620원보다 24.7%나 많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50만 8000원(209시간 기준)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노동계 요구안의 근거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 반영 등을 들었다. 양대 노총은 “물가 폭등 속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 확보 등을 위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지원과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는 있다. 고물가의 영향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인상 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25% 가까이 올리자는 노동계의 요구는 과도하다. 우리 기업들의 자금 여력은 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급속히 줄고 있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이 원유 감산을 단행해 사그라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올리면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하고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은 노동자 수가 275만 6000명에 달했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12.7%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과속 인상하는 바람에 기업의 수용성이 저하된 탓이 크다. 문 정부 5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로 물가 상승률(9.7%)의 4배를 넘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 몰락과 고용 참사 등 온갖 부작용이 초래됐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결국 득보다 실이 많고 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18일 제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된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최저임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거나 동결해야 한다.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야 기업도 살리고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 지난해 무산됐던 업종별 차등 적용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법에도 명기돼 있으므로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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