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인 5일 산불이 발생했던 서울 인왕산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오승현 기자
식목일인 5일 전국에 다소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다.
소방호스가 등산로 입구에서 인왕산 기차바위까지 이어져 있다.
이날 내린 비는 장기간 바짝 마른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던 산불의 기세를 꺾었다. 광주와 전남지역의 극심한 가뭄 또한 완전히 해갈되지 않아도 일단 한숨을 덜 수 있게 됐다.
산불 속에서 살아남은 진달래가 봄비를 머금고 있다.
지난 2일 산불로 축구장 21개 규모의 산림이 소실된 서울 인왕산에도 이날 봄비가 내렸다. 인왕산 정상에서 기차바위로 발걸음을 옮기자 매캐한 냄새와 함께 그날의 처참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타다 만 침엽수에 물방울이 맺혀있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켰던 나무들은 검게 타거나 그을렸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마침내 봄이 찾아오자 화려한 계절의 색을 뽐내며 등산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진달래는 그 본연의 색을 잃었다.
산불의 열기에 저버린 진달래에 맺힌 빗방울.
“비가 조금만 일찍 내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야속한 마음을 숨기지 않던 한 산불 진화대원은 “그래도 이제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승현 기자 202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