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1위 업체 BOE가 올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출하량을 50% 이상 늘리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OLED에 4조 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날 공격적인 생산을 선언하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금을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OLED 시장 점령을 노리는 점도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BOE 수장인 천옌순 회장은 4일 2022년도 실적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올해 OLED 디스플레이 출하 목표는 1억 2000만 장”이라고 밝혔다. 천 회장은 그러면서 “지난해 OLED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8000만 장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OLED 출하량을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올린다는 얘기다.
BOE는 지난해 1784억 위안(약 34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193억 위안(약 42조 원)을 거뒀던 2021년보다 20%나 하락한 수치다. 물가·금리 상승으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부진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 위축은 올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BOE가 증산하는 데는 가격 경쟁력과 물량 공세로 글로벌 OLED 디스플레이 시장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녹아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중국 내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거래가 증가한 점도 BOE가 생산량을 늘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경화(리지드) OLED 화면에서 한 단계 진보한 제품인 플렉시블(플라스틱) OLED 신규 채용을 원하면서 BOE가 공급 기회를 잡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BOE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최고급 중소형 OLED 기술을 구현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만 범용 OLED를 구현하는 생산 기술과 수율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BOE의 경쟁력이다. 수율 개선으로 제품 단가를 낮추는 것은 물론 중국 당국의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기반으로 고객사에 더 저렴한 패널 값을 제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훨씬 나은 OLED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BOE는 중국의 정부 지원금으로 이것을 상쇄할 만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