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B2B사업 '질주'에 속타는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 작년 매출 1조 돌파
클로바·파파고 등 클라우드로 통합
사우디와 MOU 체결 해외시장 공략
카카오엔터프라이즈, 1400억 적자
AI 등 사업 분산돼 역량 결집 부족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네이버와 카카오(035720)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이 크게 뛴 반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적자 폭이 커졌다. 네이버가 인공지능(AI) 분야를 네이버클라우드 산하로 통합하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B2B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카카오는 여러 계열사로 사업이 흩어져 역량도 분산된다는 평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140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도보다 적자 규모가 500억 원가량 늘었다. 매출이 2021년 955억 원에서 지난해 1633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나 적자 폭이 심화됐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인 B2B 사업 확장을 위해 첫 사내독립기업(CIC)이었던 AI랩을 2019년 분사시켜 설립했다. 주력 상품은 업무 플랫폼 ‘카카오워크’와 기업용 통합 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 i 클라우드’다. 카카오워크는 사용 중인 내부 계열사에서도 오류 등으로 불만이 나오고 비용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점유율에서 네이버웍스에 밀리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랩이 모태인 만큼 2019년 일찌감치 AI 챗봇 ‘외개인아가’ 등을 내놓는 등 기술력이 상당하지만 AI 연구조직에만 머물렀던 카카오브레인이 ‘비 디스커버’와 ‘레미’ 등 다양한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앱을 선보이며 본격 수익 창출에 나서자 주목도에서도 밀리고 있다. 메신저 서비스 등 B2C가 주력인 카카오 공동체 특성상 B2B 사업을 펼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일본 협업 툴 시장 1위인 네이버웍스를 비롯해 지난해 말 기준 227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B2B 시장에서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 13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도에 비해 18%가량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63억 원에서 1029억 원으로 네 배 가량 크게 뛰었다. 주식보상비용 감소 영향이 작용했으나 클라우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색이나 상품 주문 등 B2C 기업에 가까운 면모를 보였던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B2B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과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AI·로봇 등의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1월에는 여러 사업 부서에 걸쳐 혼재했던 AI와 B2B 사업 조직들인 클로바 CIC·파파고·웨일 등을 네이버클라우드 산하로 모으기로 했다. 자회사로 이동하는 데 대해 내부 불만이 표출되면서 일부 진통이 있었으나 하정우 네이버 AI랩 소장을 비롯해 여러 조직과 인력들이 네이버클라우드로 이동했고 클라우드를 포함한 B2B 사업이 한층 탄력받게 됐다.


네이버는 올해부터 각 기술 조직의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인프라·플랫폼·솔루션 등에서 통합 사업 구조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B2B 사업 통합을 통해 수익성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네이버는 지난달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국가 디지털 전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해외 B2B 시장 공략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가 오는 7월 한국어에 특화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고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에게 기술을 판매할 경우 B2B 사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을 하려는 기업들이 늘며 전세계 B2B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클라우드에 AI·디지털트윈·로봇 등을 얹어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면서 “네이버가 B2B 시장에서 카카오를 크게 앞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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