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피해 유족의 8년 허송세월…변호사 법원 불출석해 원고 패소

고 박주원양 유족의 변호인, 3차례나 법원에 출석 안 해

권경애 변호사. 연합뉴스

학교폭력으로 숨진 피해 학생의 유족을 대리해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던 권경애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출석하지 않아 소가 취하되는 어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조국 흑서’의 공저자인 권 변호사는 유족이 8년간 이어온 학폭 소송에 무책임한 태도로 임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5일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8-2부는 고 박주원(사망 당시 16살)양 어머니 이기철씨가 학교법인과 가해자 등 2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지난해 11월24일 원고패소 결정했다.


패소 사유는 소송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모두 변론기일에 3번 출석하지 않은 ‘3회 쌍방불출석(쌍불)’이었다. 민사소송법은 변론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3번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고 박주원양은 중·고등학교 시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모욕을 당하는 등 가해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박양은 따돌림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기도 했지만 고등학교에서도 괴롭힘은 계속돼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박양의 어머니는 2016년 8월 서울시교육청과 학교법인, 가해자 등 3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가해학생 1명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씨는 1심 판결 직후 항소했다. 하지만 이씨의 변호인인 권 변호사는 지난해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등 세 차례 변론기일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그 결과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선 항소취하로 간주돼 원고 패소했다.


권 변호사는 자신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가 취하됐다는 사실도 이씨에게 5개월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주 재판 결과를 확인한 이씨는 “답답한 마음에 재판 상황을 줄곧 물었는데도 대답하지 않다가 최근에 패소했다고 이야기했다”며 “직원이 그만둬서 챙기지 못했다고 하는데 청소 노동자로 살면서 어렵게 8년간 해온 소송의 결과가 너무 원통하다”고 말했다.


변론기일 내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 비평 글을 올렸던 권 변호사는 현재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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