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분간 흐릿한 세상…홍상수 신작 '물 안에서'

12일 개봉, 베를린영화제 초청작
아웃포커스 촬영 '실험적 시도'

'물 안에서' 공식 예고편 캡처. 제공=영화제작전원사

6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카메라의 초점이 잡히지 않는다. 제대로 보이지 않는 화면처럼 한 남자의 시간도 제주도를 부유한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영화 ‘물안에서’가 오는 12일 개봉한다. ‘물안에서’는 지난 2월 제73회 베를린영화제 인카운터스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인카운터스 부문은 새로운 영화적 비전을 선보이는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신설됐다. 홍 감독의 영화가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이 작품으로 여섯 번째다. 아쉽게도 ‘물안에서’의 수상은 불발됐다.


‘물안에서’는 영화를 찍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홍 감독의 전작인 ‘인트로덕션’·‘소설가의 영화’·‘탑’ 등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 신석호가 주인공 ‘성모’를 연기한다. 배우를 하겠다고 노력하던 성모는 영화를 연출하겠다며 어느 날 갑자기 제주도로 향한다. 성모의 곁에는 영화를 함께 전공한 또 다른 남자(하성국 분)와 여자(김승윤 분)가 있다. 막상 꿈을 품고 도착한 제주도지만, 성모는 영화 촬영에 진전이 없다. 이들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지난 추억을 헤집기도 한다. 그러던 중 성모의 눈에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한 여자가 눈에 띈다.


영화 내내 실험적 시도가 이어져 갈피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영화 속에서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 아웃포커싱 기법을 사용해 영화의 인물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목소리의 어조나 말투, 몸짓으로 이들의 관계나 심리를 추측해야 한다. 인물들 간 진행되는 대화도 다정하지만 단조롭다. 이들의 배경은 대략적으로 주어지지만 실제처럼 녹아들지는 못한다. 다만 홍 감독의 전작들처럼 먹고 마시는 모습만큼은 생기가 있다.


성모의 갑갑함도 화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이된다. 성모는 돌과 바람이 많은 섬에서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어한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머뭇거림이 그를 방해한다. 여전히 윤곽이 잡히지 않은 채로 맞이한 결말은 모호하지만 충격적이다.


영화는 지난해 4월 제주도에서 10일 동안 6회차로 촬영됐다. 홍 감독의 연인인 배우 김민희는 제작실장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목소리로 등장한다. 특유의 목소리와 말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가 직접 부른 노래도 나온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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