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시멘트대란 막을 수급 소통채널 만들어야

겨울 이상고온에 착공 빨라졌지만
시멘트업체 설비 점검 탓 공급 한계
'수급 미스매치' 해마다 반복 우려
갈등 미리 조율할 상설협의체 필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서울시네마테크 건립공사 현장을 방문해 최근 시멘트 수급 불균형 상황에 대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시멘트와 레미콘 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건설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4월 8일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참고자료 첫 머리에 나오는 부분이다. 1년이 지난 올 4월 6일 국토부는 또 다시 “시멘트·레미콘의 수급동향과 함께 건설업계의 현황을 점검했고 수급 안정화를 위한 대응방안도 논의했다” 판박이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시멘트 대란’이 2년 연속 반복되고 있다. 2~4월께만 되면 레미콘 업체와 건설 현장에선 “시멘트가 모자란다”는 원성이 빗발친다. 시멘트 업계는 “생산을 최대로 끌어 올려 공급하고 있다”고 반박에 나선다. 시멘트 대란의 원인은 달라진 기후 환경, 제조 방법의 변화, 업계 간 이해타산 등 복잡하다.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보니 단 번에 해결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자칫하면 연례 행사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대증적인 치료보다는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자재 수급 문제를 사전에 대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6일 정부 및 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올 1분기 시멘트 수요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시멘트 수요량은 1066만 톤(t)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987만 톤)보다 8.0% 늘었다. 반면 시멘트 생산량은 1024만 톤에서 1061만 톤으로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멘트 재고 물량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쌍용C&E(003410)·한일시멘트(300720)·아세아시멘트(183190) 등 3사 기준 작년 말 기준 제품 재고는 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 줄었다. 시멘트 업계가 공급을 늘렸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벅찬 환경이었던 셈이다.





올해 유독 수요가 늘어난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지난 겨울 이어진 이상 고온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건설사들이 예년보다 시기 착공을 앞당겨 시멘트 수요가 더 늘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예년 같으면 1분기는 봄 성수기를 준비하면서 재고를 쌓아야 할 시기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생산하자마자 바로 출하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멘트 업계가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확 늘릴 수는 없다는 점이다. 시멘트 업체들은 겨울이나 장마철과 같은 비수기에 생산 설비(킬른) 점검에 들어간다. 약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설비 보수 기간에 환경 설비 보강까지 함께 진행하면 2달 가량은 정상 생산이 힘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 매치로 2년 연속 시멘트 대란이 벌어졌다”며 “특히 올해는 광주 아파트 사고 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에 시멘트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이날 건설·시멘트·레미콘 등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4월 이후부터는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비 점검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며 가동률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가동 설비가 3월 24기에서 4월 28기, 5~6월 29기로 늘어날 것이라고도 관측했다. 수출 물량도 당분간 줄이고 내수에 집중하기로 했다. 해외로 나갈 물량을 국내로 돌려 수급 안정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시멘트 업계는 올 1~2분기 수출 물량 25만 톤을 국내에 풀기로 했다.


긴급 대책으로 급한 불을 끄고 시멘트 생산이 정상화되면 시멘트 부족 현상은 개선되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내년에 올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지금 같은 구조에서 건설 경기에 급격한 변화라도 오면 건설·시멘트·레미콘 업계에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설비 점검 시기 조절, 수요 예측 정교화 등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업계 간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이런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슷한 상황이 주기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업계 간 상호 논의와 함께 주요 자재 수급 문제를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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