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직은 우리의 D램 기술을 따라오기는 힘들지만 시스템 반도체와 낸드플래시 등은 우리가 긴장해야 할 수준이거나 이미 우리 단계를 뛰어넘었습니다.”
왕성호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회장은 4일 ‘2023 대한민국 반도체 토크콘서트’에서 미국의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와 관련, “우리가 시간을 번 측면이 있으나 미래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에서 일하던 자국 반도체 엔지니어가 귀국해 창업하면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한다”고 전했다.
미국 인텔 출신인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도 “중국은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우리보다 훨씬 크다”며 “만약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않았으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가져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이 반도체 장비·부품 국산화에 나서고 있으나 미국의 통제로 인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중국은 현재 전력 반도체 등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정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협력을 넓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정환 삼성전자 펠로는 “10년 전만 해도 중국 반도체 분야 연구 인력이 미미해 보였으나 이후 우수 인재들이 몰려들며 지금은 한국 반도체 R&D 인력보다 10~20배 더 많다”며 “중국의 반도체가 지금은 주춤하는 것처럼 보여도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는 “반도체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활동을 하면서 중국 논문의 비율이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며 “해외 유학을 한 우수 연구자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기술을 개발한다는 게 시사점”이라고 말했다.
양향자 국회의원은 “중국은 반도체 인재에 집중 투자하며 인공지능(AI) 플랫폼 쪽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레버리지(지렛대의 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 팹리스·파운드리까지 기술 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