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기술, 생체실험 없이 당뇨 연구하는 시대 열었다

은평성모병원·포항공대 공동 연구팀
세계 최초로 당뇨병·망막병증 모사 성공

원재연(왼쪽)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 조동우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사진 제공=은평성모병원

생체실험 없이도 대규모 당뇨병 연구가 가능한 생체모사칩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원재연 은평성모병원 안과 교수와 조동우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3D 바이오 프린팅을 활용해 제2형 당뇨병과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모사한 인공 생체칩을 전 세계 최초로 학계에 보고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 발생에 있어 중요한 장기로 꼽히는 췌장·간·지방 조직·혈관을 1개의 칩 위에 유기적으로 배열해 제2형 당뇨병 모사칩을 개발했다. 고분자 화합물 프레임에 △인슐린 분비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췌장 베타세포 △지방조직 구현을 위한 지방세포와 대식세포 △간을 조성하는 간세포(HepG2)를 정교하게 프린팅한 다음 인체와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각 장기 세포층에 혈관내피세포 및 생체적합 플라스틱 소재를 추가하고 관류 가능한 형태로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칩은 실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여러 질병 특성은 물론,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당뇨병 치료제의 효과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3D 바이오 프린팅을 활용한 제2형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 제작 과정. 사진 제공=은평성모병원

연구팀은 모사칩을 이용해 지방 조직과 제2형 당뇨병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당뇨병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연구를 기반으로 당뇨병성 망막병증 연구용 칩을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제2형 당뇨병의 대표 합병증으로 국내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한다. 당뇨병 환자의 약 40%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는데 매년 유병률이 30% 가까이 증가할 정도로 하는 등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망막색소상피세포 등으로 구성한 망막 모사체를 제2형 당뇨병 모사 다기관 칩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모사칩은 실제 당뇨병성 망막병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망막의 변화를 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모사칩 개발과정에서 시행한 시행한 선행 연구를 통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이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중증도를 심화 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안구의 방수에서 유래한 지방 분비물을 이용해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의 관계를 규명한 첫 사례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내장지방 감소가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향후 제2형 당뇨병 분야에서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대규모 연구 가능성이 열리면서 관련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 교수는 “만성질환인 제2형 당뇨병은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지만 질환을 이해하기 위한 조직별 미세 환경을 재구성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합병증, 치료제 개발 등 당뇨병 관련 여러 분야의 연구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들은 첨단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매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및 분자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인터네셔널 저널 오브 몰레큘러 사이언스(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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