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이 암호화폐 투자 과정에서 불거진 원한에 의한 청부살인으로 사실상 결론났다.

9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주범 이경우(36)는 유모·황모 씨 부부에게 피해자 A씨와 그의 남편의 납치·살인을 제안했다. 이후 부부는 지난해 9월 착수금 2000만 원 등 총 7000만 원을 지급하면서 이에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 수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해오던 이경우가 최근 범행을 상당 부분 자백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경우는 유씨 부부에게 받은 범행자금 가운데 1320만 원을 대학 동창인 황대한(36)에게 주며 A씨 납치·살인을 제안했다. 황대한은 이 돈으로 대포폰을 구입하고 연지호(30)와 20대 이모 씨 등 공범을 구하는 등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경우와 유씨 부부가 A씨 부부를 살해하고 암호화폐를 빼앗아 현금으로 세탁하는 과정까지 구체적으로 모의한 것으로 보고, 이날 황씨에게도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씨 부부와 A씨는 2020년 11월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된 P코인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으나 이들은 2년간 법적 분쟁 등 갈등을 빚어왔다. 유씨 부부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이경우·황대한·연지호 3인조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으며 황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범행 경위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한편 이경우는 이날 오후 경찰서를 나서면서 “이번 사건으로 고인이 되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