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초등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 차량에 치여 숨진 지 넉달 만에 유사 사건이 발생해 소중한 생명이 또다시 목숨을 잃었다. 스쿨존 내에서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솜방망이 처벌 등의 이유로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음주운전을 하다 스쿨존 내 인도를 덮쳐 초등생 1명을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로 60대 남성 A씨를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2시 21분께 만취 상태로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도로를 달리다 9살 B양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스쿨존 내 좌회전 금지구역에서 갑작스레 좌회전한 뒤 그대로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9∼12세 어린이 4명을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가운데 B양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나머지 3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음주운전을 하던 C씨 소유 차량에 치여 숨진 지 4달 만에 발생했다.
민식이법 시행에도 같은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민식이법이 시행된 2020년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은 어린이 수는 477명이었는데 2021년에는 563명으로 오히려 급증했다.
민식이법 시행으로 가해자에게 징역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게 됐지만 사법부가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면서 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관련 대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스쿨존 내 보행공간 확보가 어려운 폭 8m 미만의 이면 도로 70곳의 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30km에서 20km로 낮췄다.
스쿨존 내 사망사고 대부분이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이면 도로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명확히 식별할 수 있도록 스쿨존 도로의 시점과 종점에 안전표지를 설치하는 방안이 담긴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