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이 올 2월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 징병제를 폐지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후 독일에서 의무복무 부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 의회는 최근 국가 안보를 위해 의무복무가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독일 남성들은 18세가 되면 군에서 의무복무를 해야 했으나 2011년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병력 수요 감소를 이유로 징병제를 폐지했다.
1991년 구소련 붕괴 뒤 대규모 병력 유지의 필요성이 줄었다고 판단한 독일 등 유럽국들은 속속 모병제로 전환했다. 벨기에가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처음으로 1995년 징병제를 폐지했고 이어 프랑스(2001년)와 스페인(2002년)이 모병제를 채택했다. 중립국 스웨덴도 2010년 모병제로 돌아섰다. 폴란드가 2009년 ‘구소련의 잔재’라며 징병제를 없애는 등 동유럽 국가들도 차례로 합류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징병제를 없앤 유럽 국가는 20개국을 넘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안보 위협이 커지자 유럽에서 징병제로 유턴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리투아니아가 2015년 징병제로 복귀했고 스웨덴도 2018년 다시 의무복무제를 도입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렀던 조지아 역시 2017년 징병제로 돌아왔다. 독일·프랑스·불가리아·폴란드에서는 의무복무 재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라트비아 의회가 최근 내년부터 징병제를 다시 도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라트비아는 2007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서 병역의무를 폐지했다. 이나라 무르니에체 라트비아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준비 없이는 공격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신냉전·블록화가 가속화하는 안보 환경에서 국방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리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려면 군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실전 훈련을 강화해 싸울 의지를 가진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