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감청 의혹 문건 유출자 색출 안간힘… 내부자 물론 러시아도 배제 않아

러시아 英정찰기 격추할 뻔한
정황도 문건 유출 통해 드러내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미 국방부 청사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항 등 민감한 내용들을 대거 포함한 기밀 문건을 유출한 일이 누구의 소행인지를 밝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쟁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미국 내부자가 유출했을 것이라는 예상, 우방국에서 정보가 샜을 가능성까지 다양한 설만 난무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 시간) 복수의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이 기밀 정보가 내부적으로 어디까지 공유됐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유출된 정보의 주제가 다양할 뿐 아니라 미국 정부만 소지하고 있던 정보가 포함돼 있는 탓에 미국 내부에서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 관료 출신인 마이클 멀로이는 “유출된 많은 문건이 외부에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 역시 유출 사실이 알려진 초기부터 유출의 범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조사 초기 단계지만 친러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에 유출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문건 중 일부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사망자 수가 달라진 점을 들어 러시아가 문건을 조작했을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에는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S-300 대공 시스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의 포탄 재고나 서방에서 지원한 무기 배치 현황 등 민감한 정보도 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이번에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보면 작년 9월29일 러시아가 영국 정찰기를 격추할 뻔한 사건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전쟁에 직접 끌어들일 수도 있을 심각한 사안이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시민 외 외국인과 공유하면 안 된다는 의미인 ‘비밀/외국인 금지’ 표시가 된 이 문건은 이 사건을 가리켜 ‘영국 RJ를 거의 격추할 뻔한 사건(near-shoot down)’이라고 표현했다. RJ는 영국 RC-135 정찰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 이 사건에 대해 러시아 Su-27 전투기 두 대가 흑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RC-135기를 가로막았으며, 그중 한 대가 15피트(약 4.5m)까지 접근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격추될 뻔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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