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 퍼진 ‘마약 음료’ 사건의 윗선을 특정하고 체포영장 신청 등 신병 확보 작업에 착수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이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벌인 신종 범죄라고 보고 국내에서 검거한 피의자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 중이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길 모 씨에게 마약 음료 제조를 지시한 한국 국적의 20대 이 모 씨와 중국 국적 30대 박 모 씨를 윗선으로 특정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하고자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출입국 당국에 입국시 통보를 요청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길 씨 등 국내 공범에게 마약 음료 제조용 빈 병, 상자, 판촉물을 보냈다. 경찰 조사 결과 길 씨는 범행에 쓰인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강원 원주 자택에서 직접 제조했다. 또 사건 당일 퀵서비스를 이용해 시음 행사 아르바이트생에게 전달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7일 강원 원주에서 길 씨를 검거, 이튿날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 신청 명단에는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휴대폰 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 운영(전기통신사업법 위반)한 30대 김 모 씨도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두 사람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아울러 경찰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시음 행사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다는 광고 글의 인터넷 주소(IP), 아르바이트생에게 범행을 지시한 카카오톡 아이디, 이들에게 일당을 지급한 금융 계좌 등을 추적하고 있다. 마약수사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길 씨에게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A 씨를 9일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길 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B 씨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국제 공조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아르바이트생들이 마약 음료를 나눠주며 수집한 부모 전화번호 등을 토대로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피해자는 자녀가 가져온 마약 음료를 나눠 마신 학부모 1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이들 일당은 피해자 1명에게 1억 원을 요구하는 등 전화와 카카오톡 메시지로 피해 학부모 7명을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제조된 마약 음료 100병 가운데 18병이 시중에 유포됐고 이 가운데 7병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마신 것으로 파악했다. 시음 행사 아르바이트생 2명도 마약 성분이 든 사실을 모른 채 음료를 마셨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미개봉한 마약 음료 36병을 수거했다. 나머지 44병은 지시를 받은 아르바이트생들이 폐기 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