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정상화, 지출 구조조정이 먼저다

◆세수결손 올 20조 가시화…"포퓰리즘 예산부터 줄여야"
정부, 공정가액비율 상향 등 검토
"우선순위 따져 재정여력 확보를"




정부가 한시적으로 세율을 낮춘 유류세와 개별소비세 등을 원상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의 산정 기준으로 활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도 80%로 되돌리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경기 후퇴 국면에서 세수 부족이 심각해지자 경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세수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그간 세금 감면을 통한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 기조를 강조해온 만큼 우선적으로 지출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세수 정상화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져 인기영합적 예산부터 칼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계 국세수입은 54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5조 7000억 원 감소했다. 세정 지원, 이연세수 감소 등에 따른 기저 효과(8조 8000억 원)를 제외해도 세수 감소액은 6조 9000억 원에 이른다. 남은 기간 세금이 계획대로 걷혀도 올해 세입 예상치인 400조 5000억 원 대비 20조 원가량의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정부가 당장은 한국은행부터 부족한 자금을 일시 차입할 수 있지만 결국 하반기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정 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4년 만의 세수 감소 전망에 이달 말 유류세 인하의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고 종부세·승용차개소세도 상반기 중 정상화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는 전망이 관가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번 정부의 경제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세수 부족에 직면해 기존 경제정책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지출 구조 조정으로 세수 확보에 더 집중하는 동시에 감세로 기업 활동을 지원해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가 선순환을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도 “금리 상승기의 국채 발행은 정부의 이자 부담과 함께 단기자금 시장에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나라 곳간에 비상이 걸렸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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