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납입금 모아 여행·결혼도…'실속형 MZ' 홀렸다

생애주기 맞춘 상품 젊은층에 인기
가전 할인·포인트 적립 혜택도 다양
가입자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





MZ세대가 상조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정 기간 납입한 목돈을 장례가 아닌 결혼·여행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조 회사들이 다양한 전환 상품을 제공하다 보니 실속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들의 가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상조 업계는 가전기기 할인·포인트 적립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결합상품도 잇달아 출시해 ‘MZ세대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상조 업계 1위(2022년 9월 선수금 기준)인 프리드라이프(1조8019억 원)의 지난해 2030세대 가입자가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2위인 대명아임레디(1조242억 원)는 2020~2021년 2년 간 신규 가입자들 중 2030세대 비중이 37%에 달했고, 3위인 교원라이프(9130억 원)의 경우 2030세대 회원 비중이 2015년 10%에서 지난해 20% 이상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MZ세대 가입자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 상조에 납입해 모은 목돈을 장례가 아닌 여행·결혼 등 다른 서비스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첫 손에 꼽는다. 상조 상품은 소비자가 매달 일정 금액을 정해진 기간 동안 납부하고, 추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받는 선불식 할부계약이다. 하지만 가입 시 특별 약관을 추가하면 당초 계약한 장례 서비스 대신 △여행 △결혼 △교육 △어학연수 등으로 전환할 수 있다. 교원라이프의 ‘베스트라이프 교원’ 상품의 경우 월 3만 9900원씩 100회 납부해야 하지만, 납부 금액을 중간에 장례·결혼·여행 상품 중 하나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납입금이 100만 원인 회원이 300만 원짜리 여행 상품을 이용한다면 100만 원을 제하고 나머지 200만 원을 일시불로 내면 된다.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는 실리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똑똑한 소비를 하고 싶어한다”며 “결혼, 상조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이벤트 비용을 미리 준비하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상조 업체들도 이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조 업계가 다양한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실속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는 점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실제 프리드라이프는 롯데하이마트와 제휴해 모바일 기기를 사면 2년간 월 3만5000원을 캐시백 해주고, 대명아임레디는 가전제품 구매 시 1구좌 당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교원라이프는 LG전자·신한카드와 제휴해 가전제품 구매 시 최대 130만 원을 할인해 주는 상품, 네이버페이와 제휴해 납입금 중 일부 금액을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상품, 파스퇴르와 함께 신생아 부모를 위해 분유를 지원해주는 상품 등을 판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전제품 구매 지원 등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혜택들이 MZ세대 소비자에게 효과적”이라며 “상조업계가 결합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과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상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상조 업체 72개 사의 총 가입자 수는 757만명, 선수금은 규모는 7조 8974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601만 명, 5조 5849억 원) 대비 가입자 수는 25.9%, 선수금은 41.4% 증가했다. 선수금 규모가 과도하게 커지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정부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수금의 50%를 보전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상조 업체들은 전체 선수금의 51.8%인 4조 892억 원을 공제조합·은행 예치·지급보증 등을 통해 보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상조 업체들은 신뢰도가 높은 제1금융권과 지급보증계약을 맺고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을 보존한다”며 “선수금 증가세에 발맞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 장치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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