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중동 본사 ‘사우디 이전' 검토

'자국 산업 활성화' 사우디 입김 작용
美·中 사이서 화웨이 고심 깊어질 듯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중동 지역의 본사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와 중국 간 밀착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화웨이가 사우디 정부의 외국 기업 유치 정책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의 견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중동 본사를 리야드로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현재 바레인과 두바이에 중동 본사를, 리야드를 비롯한 중동 전역의 여러 도시에 지사를 두고 있다. 소식통은 “화웨이는 사우디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아직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화웨이의 중동 본사 이전 검토에는 자국 산업 활성화를 위해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2024년부터 자국 내 지역본부를 두지 않은 외국 기업과의 사업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석유 일변도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필요한 외국 자본과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화웨이에 대한 압박 역시 사우디 내 정보기술(IT) 산업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기준 80개에 달하는 외국 기업이 중동 본사를 리야드로 이전하기 위한 허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최근 사우디와 중국이 경제·안보 협력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화웨이가 사우디의 요구에 화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경우 미중 갈등 상황에서 실리를 꾀해야 하는 화웨이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이지만 지난해 중국과 500억 달러(약 66조 원) 규모의 협정을 맺는 등 대중(對中)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화웨이가 사우디와 중국 간 협력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미국의 견제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자국 반도체 기업들의 화웨이에 대한 기술수출허가증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0년에는 미 기업을 비롯해 자국 장비를 사용한 외국 업체들에 미 정부의 승인 없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도 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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