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계속 감시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끼쳤어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인 A씨는 산 속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와 겪은 일화를 잊지 못한다. 할머니는 ‘산모기에 물려 힘들다’면서 A씨에게 모기약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A씨가 산을 내려와 마을 슈퍼로 들어갈 때다. 전담 복지사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 뭐하고 계세요”라고 물었다. 이 복지사는 “지금 근무지 이탈했다, 어디 가는 거냐”고 재차 다그쳤다. A씨는 자신의 휴대폰에 복지사 권유로 맞춤광장앱을 설치했을 때만하더라도, 이 앱은 근무일지를 편하게 작성하도록 돕는 줄만 알았다. 위치 추적이 이뤄져 복지사에게 전화를 받을 줄 예상 못했다. A씨는 “나를 근무가 불량한 사람으로 취급한 것 같아 영상 통화를 하자고 복지사에게 소리를 질렀다”며 “어르신에게 어떤 부탁을 들어도 휴대폰에 있는 곳을 떠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돌봄노동자 노동실태 증언대회에서 공개된 실상이다. 돌봄노동자는 110만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10명 중 9명꼴로 고용불안을 느끼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한다. 게다가 월 임금 수준은 평균 100만원에서 159만원으로 작년 비정규직 평균임금인 188만원 아래다. 이들은 위치 추적과 같이 불합리한 일을 겪으면서도 감내하고 ‘정부 일’을 하고 있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노인요양시설에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길순 보건의료노조 안산시지부 지부장은 “3교대 근무와 한 달에 7~8번 야근을 해야 한다”며 “보호사 1명이 어르신 13명을 돌보는 상황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만큼 저임금에 장시간 근로에 내몰렸다.
노인생활지원사의 인권 침해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정부는 2020년부터 앱으로 이들의 업무를 관리하고 일하는 위치까지 추적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군인 등 일반 국민의 위치 추적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상황이 무색하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앱은 인권 침해 문제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어르신과 생활지원사 갈등 요인도 된다. 어르신이 원하는 돌봄 시간이 맞춰지지 않아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지원사가 감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가 2020년 실태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생활지원사 355명 가운데 346명이 기간제 계약직 신분으로 일했다. 생활지원사 B씨는 “돌보는 할머니 죽을 사러 갈 때도 복지사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하던 어르신 심부른도 이제는 조심스럽다”고 답답해했다.
보건복지부는 위치추적 앱에 대해 이미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앱은 민간 기관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정부가 만들거나 관리하지 않는다”며 “앱은 2020년 위치추적 기능이 논란이 됐을 때 설치 동의 준수, 출퇴근 기록만 가능 등 여러 부분이 개선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