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에서 신규 공공투자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을 조만간 처리한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회의 예타 면제 기준 완화를 계기로 각 지역에서 표심을 얻기 위한 각종 선심성 사업이 더욱 확대돼 국가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12일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도로·철도·공항·항만 등 주요 기반시설(SOC) 사업 및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분야의 예타 대상 총사업비 기준을 현행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국가 재정 지원 규모 기준을 현행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각각 완화하는 내용이다. 법안 심사의 실질적 관문인 소위원회에 이어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된 뒤 시행되면 예타 면제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위에 상정된 관련 법안으로는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9건이 함께 심사된다. 여야 구분 없이 예타 면제 기준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당초 개정안은 이날 소위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일정상 의결이 12일로 미뤄졌다. 기재위 핵심 관계자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소위에서 이미 의견 조율이 이뤄졌기 때문에 12일 (경제재정소위에서)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9년에 도입된 예타는 국가 재정의 낭비를 막기 위해 신규 공공투자 사업의 예산을 편성하기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및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의 연구기관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제도다. 예타 대상 기준인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및 ‘국가의 재정 지원 규모 300억 원 이상’ 조항은 1999년과 2006년 국가재정법에 각각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역대 정부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앞세워 각종 국책사업을 중심으로 면제 요건 확대를 추진해 재정 건전성 훼손 우려를 샀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목적의 예타 제도 변경이 국가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타 제도는 국가 전체적으로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도입됐기 때문에 제도 변경은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선거를 앞두고 도입 취지와 다르게 예외가 확대되거나 면제 기준이 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