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맛 계절…'비빔면 전쟁' 벌써 화끈하네

농심 '배홍동' 쫄면까지 확장해
투트랙으로 올 1~4월 매출 100억
3위 오뚜기와의 격차 더 벌릴듯
1위 팔도 내년 40돌 리뉴얼 돌입
삼양·하림도 신제품 잇따라 출시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비빔면 시장이 성수기 여름을 앞두고 벌써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는 냉면 등 각종 외식 비용 부담이 늘면서 반사 이익까지 누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2위 농심은 '배홍동' 브랜드를 쫄면으로까지 확장, 투트랙 전략으로 1위 팔도 추격에 나섰다. 삼양식품, 하림 등은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 점유율 늘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11일 농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배홍동비빔면'의 매출(출고가 기준)은 55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전은 '배홍동쫄쫄면'에서 나왔다. 지난 2월 출시한 배홍동쫄쫄면은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같은 기간 4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로써 배홍동 브랜드의 올해 들어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75% 성장한 100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팔도 '쫄비빔면', 오뚜기 '진짜쫄면' 등이 쫄면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농심이 기존 배홍동 브랜드와 연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 초반 승기를 잡은 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특히 신제품 출시로 기존 제품의 매출이 감소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잠식) 없이 배홍동쫄쫄면과 배홍동비빔면이 함께 성장했다는 게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농심 관계자는 "배홍동 제품력을 기반으로 초반 승기를 이어가며 비빔면 시장 역전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국내 비빔면 시장 규모는 1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체 라면 시장 규모는 최근 10년 간 2조 원 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서울 냉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이 1만 원을 돌파하는 등 외식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비빔면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빔면 시장점유율은 팔도가 53.3%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농심(19.1%)과 오뚜기(11.4%) 등의 순이다. 여기에 최근 하림산업도 '더미식 비빔면'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더미식 비빔면은 자두와 매실, 사과, 배 등 과일 4종과 마늘, 양파 등 채소 6종을 최적의 비율로 섞은 비법 양념장으로 프리미엄을 내세워 유통채널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이밖에 삼양식품도 최근 네 가지 종류로 소스를 만든 '4과비빔면'을 출시했다.


비빔면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3~4월부터 판매가 늘기 시작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이 성수기로 꼽힌다. 한 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여름철에 발생한다. 이번 배홍동쫄쫄면 호조로 농심은 3위 오뚜기와의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2021년 배홍동 출시 첫 해 오뚜기를 제치고 비빔면 시장 2위에 등극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유재석을 모델로 재발탁하고, 전국 각종 축제와 리조트를 순회하며 배홍동 시식행사를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오뚜기는 가수 화사를 진비빔면 모델로 발탁하고 주 소비 연령층 낮추기에 나섰다. 39년째 비빔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팔도 비빔면은 내년 출시 40주년을 맞아 제품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뜨거운 국물라면 매출이 본격적으로 감소하는 여름철 비빔면을 통해 실적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