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여행 업계가 이색 체험을 내세운 패키지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재개된 해외여행을 남들이나 과거와는 다르게 가고 싶은 여행객들을 겨냥했다. 일반 패키지보다 고가라도 여행객들이 흔쾌히 지갑을 열면서 이색 패키지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는 지난달 SIT(Special Interest Travel)팀을 신설해 이색 테마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항공·숙박·차량·가이드로 구성된 기존 패키지에 액티비티·미식 등 이색 경험을 추가한 상품이다.
SIT팀에서 만들어 최근 모객 중인 ‘암벽 여제 동반 투어’가 눈길을 끈다. 취미로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이 대상이며 이들에게 최고의 ‘선생님’인 김자인 선수가 여행 일정에 동행한다. 김 선수는 스포츠클라이밍리드월드컵·아시아선수권대회 최다 우승자로 대한민국 최고의 암벽 여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행객은 4박 6일 일정으로 세계적인 록클라이밍의 성지인 태국 끄라비를 방문한다. 이틀간은 김 선수에게 기본기와 중고급 실전 테크닉 등을 배운다. 등반 장비를 빌릴 수 있고 코스 난도가 낮아 암벽등반이 처음인 여행객도 참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인터파크는 이달 14일 괌에서 열리는 ‘괌 코코로드레이스 마라톤대회’ 출전을 연계한 3박 5일 패키지상품을 출시했다. 전문 러닝 클래스 기업 런콥의 육상선수 출신 코치진에게 일정 내내 체계적인 지도와 컨디션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풋살을 즐기는 일반인을 위한 일본 전지훈련 상품도 기획했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인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는 FC 액셔니스타 백지훈 감독이 4박 5일 일정에 동행해 풋살 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일본 풋살 리그 3부 소속팀과의 친선 경기도 치른다.
본격적으로 패키지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마이리얼트립도 최근 한정판 거래 플랫폼인 ‘크림(KREAM)’과 제휴해 전용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KREAM 삿포로 에디션’으로 마이리얼트립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크림 앱에서 총 20석 한정으로 단독 판매됐다. 상품은 일반적인 단체여행사에서 이용하지 않는 호텔·료칸에 숙박하며 삿포로 지역의 유명 레스토랑을 예약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일본 식당은 전화로만 예약을 받아 여행객이 이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 인기가 많은 집일수록 수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아예 이용할 수도 없다. 이 같은 점을 노려 일본의 ‘고메’를 즐길 수 있도록 패키지를 기획했다. 육경건 마이리얼트립 B2B CIC 대표는 “나만의 여행을 위해 유연하게 상품을 기획,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전통 패키지 여행사도 고객층의 취향을 맞춤 충족시켜주는 데 팔을 걷고 나섰다. 하나투어는 하이엔드 맞춤여행 브랜드 ‘제우스월드’를 통해 최근 전 세계 스포츠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영국 4대 스포츠 대회를 직관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직접 경기를 볼 수 있는 대회는 올해로 151회를 맞은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인 디오픈챔피언십,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 토너먼트인 윔블던챔피언십, 영국 왕실이 사랑하는 스포츠 경마 대회인 존스미스컵, 유럽 최고 축구 리그인 EPL이다. 올해 7월 시작되는 각 대회의 일정에 맞춰 비즈니스석 항공권, 주요 경기 입장권, 장내 전용 VIP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장기간의 셧다운이 끝나고 해외여행이 풀리면서 특별한 경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입을 모은다. 고가라도 돈을 아끼지 않는 경향도 보인다. 실제로 7월 23일 열리는 디오픈을 참관하고 18홀 라운딩 기회를 두 차례 제공하는 하나투어의 영국 6박 8일 상품 판매가는 2000만 원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족 단위로 프라이빗하게 이색 체험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 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체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기존에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던 30~40대 젊은층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행 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에는 목적지 중심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등 행위 중심으로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며 “축구·트레킹·모터사이클·요트·디자인·영어캠프 등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