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줄악재에 3개월만에 0.2%P 낮춰…국내외 주요기관 전망치 중 '최저'

◆ IMF, 韓 성장률 1.5%로 하향
美·유로존은 0.2%P·0.1%P 올려
올 韓경제 '상저하중' 전망 힘실려
IMF "긴축 재정·부채 관리 필요"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합심해 돈 풀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살얼음판이다. 무역적자는 올 4월까지 14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수출도 7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다. 그 결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는데 국제통화기금(IMF)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IMF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로 1.5%를 제시했다. 올 1월 전망 대비 0.2%포인트를 낮췄다. 세계 경제 성장률도 2.9%에서 2.8%로 조정했지만 우리 경제가 더 가파르게 악화한다고 본 것이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는 험난한(rocky) 회복 과정을 겪을 것”이라며 “부채 관리를 위한 긴축재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IMF는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1월 전망치를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0.2%포인트 낮춘 셈이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1.8%), 기획재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놓은 전망치 중 가장 낮다.


IMF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제 분절화 심화, 인플레이션 등 불안 요인이 해결되지 않은 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지나치게 높은 공공·민간부채 수준, 신흥국 중심의 신용 스프레드 상승 등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IMF는 한국 경제를 더 심각하게 봤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9%에서 2.8%로 낮췄지만 한국이 속한 선진국 그룹의 전망치는 1.2%에서 1.3%로 높였다. 자세히 뜯어보면 미국은 1.4%에서 1.6%로, 유로존은 0.7%에서 0.8%로 올려 잡았다.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은 5.2%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 흐름보다 더욱 빠르게 악화한다는 것으로 대내에 잠재된 불안 요인이 그만큼 많음을 의미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의 경기 상황은 나아지고 있는데 한국의 경기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며 “점점 심각해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와 여전히 부진한 수출 실적이 대표적인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올해 하반기 한국 경제의 반등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관계자는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가 개선되며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띨 것으로 봤는데 생각보다 회복세가 주춤해 ‘상저하중’ 흐름에 그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IMF 역시 내년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3.1%에서 3.0%로, 한국 전망치는 2.6%에서 2.4%로 낮췄다. 경기 회복세가 생각보다 늦게 나타나 내년 경제 반등도 밀릴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경기 불확실성의 충격을 막을 재정 방파제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IMF는 “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며 “생계비 부담 완화를 위한 재정 지원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재정적자와 부채 규모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한 쓴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용 선심성 정책으로 대규모 지출을 하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석 교수 역시 “하반기 경기 반등 없이는 최소 20조 원대의 세수 펑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표심 잡기용 공약 남발은 자제해야 한다”며 “재정지출 최소화, 세수 확보를 위한 노력이 없다면 경기 침체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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