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또다시 동결했다. 금통위가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은 2021년 8월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후 처음이다. 고공 행진을 이어온 물가가 한풀 꺾였고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3·4·10면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2월에 이은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그대로 묶어두기로 결정한 것은 수출과 소비 동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징후가 심상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까지 떨어진 점도 힘을 보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의 여파로 성장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올해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1.6%를 밑돌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분석 속에 연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이 총재는 “물가가 한은의 중장기 목표(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금통위원 6명 중 5명도 당분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 결정으로 한미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유지됐지만 다음 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편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석 달 만에 하향 조정했다.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 중 가장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