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했다. 올해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로 사실상 긴축이 마무리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때 6%를 넘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에 4.2%까지 떨어진 만큼 무리하게 금리를 더 올려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 우려로 경제에 부담을 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의 긴축 중단으로 우리 가계와 기업을 짓누르던 고금리 부담은 일단 덜게 됐지만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다음 달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마지막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금리 격차가 지속되면 금융 불안 재발 시 언제든 외화 유출이 본격화될 수 있다. 한은이 금리 재인상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결국 대내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 제고와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세제·예산 지원과 규제 혁파, 노동 개혁 등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신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최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15~25%까지 상향됐지만 여전히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와 기울어진 노사 운동장 등으로 국내외 기업은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 화성의 기아 전기차 공장 기공식에서 “미래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더 파격적인 전략산업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가계 부채 문제 등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지 않도록 옥석 가리기 등으로 방파제를 높이 쌓아야 한다. 경쟁력이 없는데도 정부 지원에 의존해 연명하는 좀비 기업을 걸러내 구조 조정을 하되 일시적 자금난으로 위험에 처한 우량 기업은 유동성을 지원해 살려내야 한다.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정부 경제팀부터 비상한 각오로 24시간 실물경제와 금융 상황을 점검하면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