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국내 자산운용사 부동산 펀드 운용역들의 ‘사익 추구’ 문제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자사가 운용하는 특정 펀드에 운용역 개인 또는 지인의 자금을 넣어 돈벌이에 치중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국내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전수검사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운용사 임원과 펀드 운용역의 자사 펀드 및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대한 개인자금 투입 여부 등의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투입한 개인자금의 액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특정 펀드에 집중되는 등 문제가 위험 수준에 올랐다는 판단이다. 금감원은 의심 정황이 드러나는 경우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소명을 요구하는 등의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사실상 주요 부동산펀드 운용사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펀드의 성과가 지난 몇 년 간 우수했던 만큼, 일부가 사익을 얻는데 이를 악용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특히 자금을 모집해 건물을 짓고 이를 매각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률을 공유하는 개발형 펀드들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형 펀드는 자본시장법의 그물망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프로젝트금융회사(PFV)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운용사는 운용역에게 1억 원 이상의 대출까지 내주면서 자사 PFV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순위와 후순위 투자자가 나뉘는 손익차등형 펀드의 경우 공정성 논란이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펀드 운용역들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선순위(1종) 상품에 일반 투자자 자금을 넣고 후순위(2종)에는 개인 자금을 넣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부동산펀드는 1종이 고정 수익률을 가져가고, 2종에 고정 수익률을 뺀 나머지를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운용역의 개인 투자가 책임 운용 측면에서 이뤄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운용하는 펀드에 개인 돈을 넣은 만큼 적극적인 운용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임원이나 운용역이 자산 펀드에 개인재산을 투입하는 것은 책임운용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객관성을 잃을 수도 있다"며 “특히 선순위와 후순위 투자자가 다른 수익을 챙기는 손익차등형펀드의 경우에는 더 큰 논란에 더욱 크게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