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당내 잇단 설화와 이른바 ‘전광훈 리스트’가 내년 총선의 부담으로 작용하는데 대해 지도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12일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후 첫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지도부의 당 운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5선의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최근 당 지지율 하락과 보궐선거 참패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지도부는 대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내년 총선을 이겨야 되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갖고 있다”며 “그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이 시점에 최근 여러 가지 상황은 우리에게 녹록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당대회 이후 당 지지율 하락세는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며 “보궐선거가 지자체 선거이긴 하지만 이것이 주는 시그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부의장은 최근 지도부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불거진 논란을 겨냥해 “우리 당의 중심인물들이 집권여당의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현장에서 뛰는 당원들이 힘들게 된다”며 김 대표가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5선의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채비를 당부하면서 “지도부가 신상필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읍참마속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주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잇따른 설화를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홍문표 의원(4선)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문제를 당론으로 정해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흘러들어오는 얘기로는 전 목사가 20~30만명을 우리당에 심어놨고, 그 힘으로 우리당에서 버티고 있다는 식의 선전이 되고 있다”며 “목사의 손아귀에 우리 당이 움직여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의 자성도 이어졌다. 제주 4.3사건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태영호 최고위원은 “여러 언행으로 당 지도부에 부담을 준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지도부 구성이 한 달밖에 안돼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데, 중진들이 김 대표를 앞장서서 보호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표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겨냥한 듯 "일부 원외에 계시는 중진 분들이 김 대표를 뜬금없이 아무 구체적 근거도 없이 흔들고 있다. 이럴 때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원외에서 당 지도부를 자꾸 흔들려는 것을 앞에서 막아달라"고 재차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