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기업으로부터 호텔 숙박비 등을 받은 김도현 전 주(駐)베트남대사를 해임한 외교부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김 전 대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김 전 대사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2018년 4월 임명된 김 전 대사는 현지 기업인이 운영하는 호텔 숙박비 등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듬해 6월 해임됐다. 그는 해당 호텔에 3박 4일 공짜로 묵으면서 과거 자신이 근무한 기업의 전·현직 임원 숙박도 주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항공사로부터는 항공권과 도자기 선물을 받았다가 반환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김 전 대사는 징계가 과도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해임이 정당하다고 봤지만 2심은 베트남 현지 기업과 국내 기업 전·현직 임원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주베트남 대사의 공식적인 업무로 봐야 하므로 무료 숙박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전 대사의 '숙박 주선'은 기업 간의 경비 부담에 관해 의견을 개진한 것에 불과하고, 받은 선물도 즉시 돌려줬으니 따로 정부에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의 쟁점은 김 전 대사의 행동이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통상적인 범위'에 들어가는지다. 청탁금지법 8조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숙박 등의 금품은 예외적으로 받아도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 전 대사가 제공받은 숙박은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청탁금지법상 '통상적인 범위'는 사회 통념상 일상적인 예를 갖추는 데 필요한 정도"라며 숙박이 제공된 행사의 목적과 규모, 숙박 제공 경위, 유사 행사 사례 등을 따져 청탁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어 "공무원이 외국인이나 외국 단체로부터 일정한 가액 이상의 선물을 받았다면 그 선물을 반환했는지와 관계 없이 공직자윤리법상 신고 의무를 부담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