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D램 수요 느는데 감산…"물량 미리 쌓자" 기류 확산

■ 삼성 감산에 D램값 13개월만에 반등
하반기 본격 가격반등 기대 커져
재고 흐름상 '최악' 지났다지만
실제 감산 규모가 '변수' 될수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전격 발표한 뒤 업황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차츰 커지고 있다. 고용량 D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일부 수요 기업들의 물량 확보 시도가 이어질 경우 이르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가격 반등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시장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시장에서 거래되는 D램 현물가격은 거의 매일 하락했다. 지난해 3월 7.87달러였던 DDR4 16기가비트(Gb) 현물가격은 6월 6.632달러, 9월 5.437달러, 12월 4.297달러로 분기마다 1달러씩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현물가격이 이달 10일 기준 3.21달러까지 하락했지만 11일 기준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0.78%(0.025달러) 상승 전환했다. 비록 일일 기준 소폭 상승이기는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던 가격 하락세에 제동이 걸린 것 자체에 의미를 둘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D램 시장 전반에 완전히 온기가 돌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실제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DDR4 8Gb의 경우 여전히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현물가격이 1.637달러까지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최근 D램 시장이 통신 기술 고도화와 데이터양 증대 등으로 고용량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DDR4 16Gb의 가격 흐름이 향후 추세를 읽는 데 더 유용하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옴디아는 DDR5를 비롯한 16Gb D램 수요는 올해 전체 출하량 중 42%를 차지해 8Gb D램(40%)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인텔의 5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에 따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서버 교체에 대거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성능·고용량 제품 중심의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최근 호주 데이터센터 확장에 5년간 1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신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업계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글로벌 메모리 1~3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000660)·마이크론의 감산 정책에 의한 재고 조정 효과가 올 하반기께 나타나면서 업황 개선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선행지표로 꼽히는 D램 현물가격이 ‘도매가’에 해당하는 고정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3개월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올해 안에는 시장의 의미 있는 흐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급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메모리 업체 투자 생산 축소에 따른 공급량 축소 효과가 가시화할 것”이라며 “고객들 재고도 소진되고 있어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물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추세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서 예상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상황인데 실제 감산 규모에 따라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수요처들에서 느끼는 ‘물량 확보’의 부담감이 커지면서 각 메모리 업체들에 누적된 재고가 점차 소진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 각 업체들의 재고가 정점을 찍고 2분기부터는 줄어드는 흐름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고 흐름 측면에서 보면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반응이 체감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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